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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천경자 그림에 고은·김훈 글 붙이니…시인·화가 900명이 만난 특별한 시화전

중앙일보 2016.08.09 01:10 종합 22면 지면보기
선 굵은 화가 임옥상은 흙에다 붉은 색깔을 칠한 뒤 당연히 꽃술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아홉 살 난 아들이 가지고 놀던 로봇 장난감을 방사형으로 배치했다. 이 그림을 받아든 시인 고은은 “붉은 것은 꽃만이 아니다/ 붉은 것은 피만이 아니다”로 시작하는 절절한 시 ‘누구에게’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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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화가 900명이 참가하는 시화전이 열린다. 임옥상 그림(왼쪽)을 시로 표현한 시인 고은의 육필 원고.

16일부터 27일까지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 열리는 ‘시와 미술 900인 전시회’에 출품되는 작품이다. 시조시인 이지엽씨가 기획한 전시는 화가의 그림을 시인에게 보여준 다음 그에 대한 느낌이나 떠오른 이미지를 시와 같은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도록 한 이색 전시다.

16일부터 수원서 전시, 인문학 특강
문학적 감성으로 새롭게 그림 해석

관람자는 그림 한 점과 그에 대응하는 시인의 짧은 글 한 점을 나란히 보게 된다. 같은 그림을 두고 감상자 자신의 느낌과 시인의 느낌을 비교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도 의미지만 화가 450명, 문인 450명이라는 참가 규모가 우선 눈길을 끈다. 신경림·황동규·강은교 등 스타 시인은 물론 윤동주·박재삼 등 고인이 된 시인들의 육필도 있다. 소설가 김훈은 천경자의 판화 감상평을, 시인 유안진씨는 이부재 화백의 그림이 촉발시킨 시심을 ‘겨울잔치’라는 짧고 산뜻한 시로 표현했다. 시인·소설가의 글들은 모두 육필이기 때문에 감상자 입장에서는 그림뿐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문인의 체취를 맡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지엽씨는 “17일부터는 시인과 화가가 1명씩 참가하는 인문학 특강도 잇따라 열린다”고 소개했다. 시인 최동호씨의 문학 특강에 이어 화가 박성현씨의 모나리자 관련 특강이 열리는 식이다. 도종환·신달자·정진규·오세영·안도현·원구식·정일근·유재영 시인 등이 참가한다.

행사는 이지엽씨가 운영하는 계간 문예지 ‘열린시학’과 ‘시조시학’의 창간 20주년, 수원 화성 방문의 해 기념을 겸해 마련됐다. 동시조 계간지 ‘한국동시조’ 창간 기념회, 현대시조 50권 동시 출판기념회도 행사 기간 중 열린다. 현대시조 50권은 대략 1990년대 중반 이후 등단한 시인들의 작품집이다. 때문에 한 눈에 보는 현대시조 선집이다. 전시회 출품 그림은 저렴한 가격에 판매도 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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