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베트남 날아가 아동권리 정책 제안한 청소년들

중앙일보 2016.08.09 01:01 종합 23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베트남의 아동권리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한 한국과 베트남 청소년 44명이 지난 5일 랙 비엔 학교에 모였다. 이들은 노래와 연극, UCC 동영상을 통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했다. [사진 월드비전]

지난 5일 오후 베트남 하이퐁의 응오 꾸엔(Ngo Quyen) 지역에 있는 랙 비엔(Lac Vien) 학교 2층 강당.

월드비전 교육받은 중·고생 22명
현지 청소년들과 분리수거 등 토론

하늘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한국과 베트남 청소년 10여 명이 수줍은 표정으로 무대에 올랐다. 스피커에서 비틀스의 ‘렛 잇 비(Let It Be)’가 흘러나오자 한국 청소년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원곡과 가사가 달랐다. ‘베트남엔 쓰레기 문제 너무나도 심각해. 그래서 우리는 재활용 생각했죠. 쓰레기를 재활용해요. 우리를 위해 만들어 주세요’. 베트남의 열악한 상황에 맞춰 가사를 바꾼 것이다. 이어 베트남 청소년들도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날 무대에 선 한국 청소년들은 월드비전의 아동권리 국내 프로그램을 이수한 중·고교생 22명이다. 이들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국제 청소년의 날(8월 12일)을 앞두고 응오 꾸엔 지역에 도착한 한국 청소년들은 랙 비엔 학교에서 베트남 청소년 22명과 함께 현지 아동권리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했다.

이들 44명은 3개 조로 나눠 유엔의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현지 아동에게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논의했다. 사전 공부 및 현지 방문을 통해 베트남의 심각한 쓰레기 문제와 남녀 불평등 문제, 부족한 체육시설 문제를 떠올린 한국 청소년들은 이들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현지 청소년들도 공감했다.

이들은 우선 그림과 만들기를 통해 각 주제에 대한 현실을 표현했다. ‘세상을 향한 우리들의 목소리’라는 이번 프로그램 주제에 맞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지 토론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철저한 분리수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성차별 문제의 해결 방안은 남녀의 임금 격차 없애기와 집안일 공동 부담이라고 결론냈다. 오토바이가 많은 베트남에서 체육시설 부족으로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아 위험하다고 생각을 모았다.

청소년들은 지난 5일 베트남 정부와 교육청 관계자들을 초청해 조별로 정책을 표현했다. 재활용 문제를 다룬 1조는 가사를 주제에 맞춰 바꾼 노래를 불렀다. 성 불평등에 대해 고민한 2조는 연극을 준비했고 부족한 체육시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3조는 직접 연출과 연기를 담당해 만든 UCC 동영상을 선보였다. 또 이들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아동권리 정책 제안문으로 만들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고등학생 허태현(17)군은 “우리의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어른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고민해본 계기였다”고 말했다.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작성된 정책 제안문을 전달받은 응오 꾸엔 지역 여성부의 빰 띠 밤(Pham Thi Bam) 여성의장은 “제안문을 관련 부처에 전달해 아동권리가 향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이퐁=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