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우2016] 북 역도영웅 엄윤철 금 못따자, 자리 박찬 최용해

중앙일보 2016.08.09 00:57 종합 24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은메달을 목에 걸고 아쉬워 하는 북한 엄윤철.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북한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역도 영웅 엄윤철(25)이 올림픽 2연패에 실패했다. 8일 브라질 리우 센트루 파빌리온2에서 열린 56㎏급 결승에서 엄윤철은 인상 134㎏, 용상 169㎏으로 합계 303㎏을 들어올렸지만 세계신기록을 세운 중국의 룽칭취안(합계 307㎏)에 뒤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중국 선수 신기록에 밀려 2위
엄윤철 “보답못해 죄송” 자책

엄윤철의 금메달은 따놓은 당상처럼 여겨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3~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3년 연속 우승했기 때문이었다. 엄윤철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리우에 특파한 최측근인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현장 응원에 나선 것도 북한의 첫 금메달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최용해 부위원장은 엄윤철이 등장할 때마다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마침 이날 시상식에서 메달 수여는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시상대의 높이는 조국의 높이”(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라고 선전해온 북한으로서는 큰 기대를 걸었던 경기였다.
기사 이미지

북한 정권 실세인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은 현장 응원에 나섰지만 엄윤철이 은메달에 그치자 곧 자리를 떴다. [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기에 나선 엄윤철은 인상에선 룽칭취안에 3㎏ 뒤졌지만 장기인 용상에서 169㎏을 기록했다. 룽칭취안의 종전 용상 최고기록 166㎏을 넘어서며 금메달을 따는 듯 했다. 그러나 엄윤철 다음에 경기에 나선 룽칭취안은 용상 3차 시기에서 170㎏을 들어올려 전세를 역전시켰다.

메달 색이 금에서 은으로 바뀌는 순간, 엄윤철은 대기실에서 물을 들이켰고 최용해는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경기장을 떠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용해가 출국 전 “금메달을 5개는 따오라”고 말했다. 엄윤철의 금메달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으려했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날 경기는 룽칭취안에겐 통쾌한 설욕전이 됐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룽칭취안은 엄윤철 등장 이후 만년 2인자에 머물렀다. 시상대 위에 선 엄윤철은 옅은 미소를 띠었지만 눈시울은 붉었다. 장웅 위원은 엄윤철의 목에 은메달을 걸어준뒤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시상식 이후 엄윤철은 기자들과 만나 “경기가 증명했으니 할말은 없다”며 “중국 선수의 금메달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움을 감추진 못했다. 그는 “금메달로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내가 금메달을 땄으면 좋았을텐데, 이젠 다른 선수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용해 부위원장의 응원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금메달을 못 땄으니 할 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엄윤철은 앞으로도 도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인민 영웅이 아니다”라면서도 “다음에 기회가 또 온다면 중국 선수를 제치고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말했다. ‘다음’이 언제냐는 질문에 그는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이고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계속 도전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리우=이지연 기자,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