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헌재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

중앙일보 2016.08.09 00:40 종합 26면 지면보기
중앙일보 <2016년 7월 30일자 26면>
김영란법 대상 확대해 민간 부문 ‘부패사슬’ 끊자


 
기사 이미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논란이 일단락됐다. 오는 9월 28일 시행되는 법 취지에 따라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그제 헌법재판소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데 대해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박한철 소장 등 재판관 7명은 다수의견에서 “부패를 없애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직 부문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청렴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들 분야 부패의 파급 효과가 크다”며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에게는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 및 업무의 불가매수성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이 많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인 등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법 도입 취지에 따라 민간 부문으로 법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헌재도 “국회가 민간 부문의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의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이 자의적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적용 대상 확대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청렴도가 떨어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민간 부문이 적지 않다.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의 소수의견이 지적하듯 2013년 산업별 ‘청렴 경쟁력 지수’에서 전체 평균보다 낮은 분야는 건설업, 도·소매업, 보건·의료·사회복지업, 제조업 등 4개다. 실제로 대기업- 하청업체 간 갑을 관계에서 벌어지는 청탁과 뒷돈 거래, 비자금 조성이 고질적 부패로 자리 잡고 있다. 변호사와 금융인·회계사 등 공익과 직결된 전문직들의 부패도 마찬가지다.

민간 부문의 크고 작은 부패는 “법의 지배와 경제질서를 왜곡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경제 발전을 늦추며 빈부 격차를 확대하는 등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헌재 결정문)을 미치고 있다. 대외 신인도 추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유엔 부패방지협약이 민간 부문 부패에 대한 민사·행정·형사상 제재를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영국과 싱가포르의 경우 각각 뇌물방지법·부패방지법을 공공 부문은 물론 전체 민간 부문에까지 적용하고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김영란법이 처벌하거나 직업 활동의 자유를 옥죄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제1조)이 목적이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 등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비리와 추문을 막기 위해선 전향적인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국회는 법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는 한편 법 적용 대상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가 악취가 진동하는 ‘비리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으려면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부패의 먹이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길이다.

한겨례 <2016년 7월 29일자 27면>
‘김영란법 합헌’, 부패 척결의 전환점 삼아야


 
기사 이미지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언론사와 사립학교 관계자들을 공직자에 포함한 조항 등 논란이 된 일부 내용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법은 예정대로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우리 사회 부패 척결의 신기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헌재 결정은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부패 방지’라는 공익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대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가권력의 자의적 법 집행과 남용으로 언론 자유 등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청구인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이는 과도기적 우려일 뿐”이라며 “그런 염려나 제약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이 이 법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관련 산업의 피해 걱정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관행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공직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청렴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큰 언론과 교육 분야 종사자들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은 정당한 입법적 결단이라고 판단했다. 이들 분야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이나 국민 불신 등을 고려하면 더는 자정 노력에만 맡길 수 없으며, 다른 민간 분야로 제도를 확대하는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이 자의적인 차별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에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헌재가 일부 인정한 대로 국가권력이 이 법을 남용해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할 위험은 존재한다. 부패한 언론의 폐해만큼이나 국가권력이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침탈할 경우의 피해 역시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 이를 막을 조처도 필요하다. 부정청탁의 대상에서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 등을 제외한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의원 등의 취업 청탁 등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통째로 빠졌다. 후속 입법으로 다시 채워넣어야 한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 척결의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 여망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모자라는 점은 다시 보완하더라도 당장은 법의 정신을 최대한 살려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을 포함한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 마련이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논리 vs 논리
법 적용 대상 확대해야 vs 국가권력의 남용 우려


<단계1> 공통주제의 의미
기사 이미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지난달 28일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법,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7월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3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인터넷 언론사, 사립학교·사립유치원 관계자 등이 언론의 자유와 사립학교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고, 배우자 신고를 강요해 양심의 자유와 행동 자유권도 침해한다는 취지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1년4개월여 만에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김영란법은 예정대로 9월 28일 시행된다.

김영란법이 부정청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민원 전달 행위를 부정청탁 예외조항으로 둔 데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해당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정당한 지역구 활동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헌재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 직후 “정당한 입법 활동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등도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법안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조만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분명히 했다.

한편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라는 농업인들의 요구가 일축됐다며, 축산 관련 단체협의회, 전국한우협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이 각각 항의 성명을 발표하며 ‘국내산 농·축·수산물 제외’를 골자로 한 김영란법 개정안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리 사회 부패 척결의 신기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자는 헌재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에 대한 중앙의 논평이고, 후자는 한겨레의 논평이다. 김영란법에 두 신문 모두 긍정적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앙은 김영란법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데 대해 공직 부문뿐 아니라 부패의 파급효과가 큰 민간 부문,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에게도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헌재의 의견에 긍정적 지지를 보내며, “언론인 등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이 추진 중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쐐기를 박는다.

기업·변호사·금융인·회계사 등 민간 부문의 부패가 “법의 지배와 경제질서를 왜곡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경제 발전을 늦추며 빈부 격차를 확대하는 등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헌재의 결정문을 인용하며, 중앙은 오히려 민간 부문으로 법 적용을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반부패 운동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5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김영란법 적용을 확대하자는 중앙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한겨레는 왜 헌재가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는지, 합헌 결정의 당위성에 대해 사설의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헌법소송의 청구인들이 국가권력의 자의적 법 집행과 남용으로 언론 자유 등이 위축될 것으로 염려하고 있으나, 이는 과도기적 우려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우려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이 이 법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으며, 공직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도 청렴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헌재의 의견을 한겨레는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한겨레는 “김영란법은 부정부패 척결의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 여망으로 만들어진 법이다”라는 표현으로 이 법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인식을 촉구한다. 지난 1월 20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수도권 및 5대 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15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90% 가까운 국민들이 법 적용 대상의 확대를 지지했다는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겨레가 말하듯 부정부패 척결의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아닐까.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은 각종 부패가 “법의 지배와 경제질서를 왜곡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경제 발전을 늦추며 빈부 격차를 확대하는 등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헌재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 비리 수사 결과 발표가 보여주듯 억대의 뒷돈이 오가는 것이 대한민국 부패의 현장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고위 공직자의 부패는 가진 자를 더 가지게 하고 가지지 못한 자를 더 가지지 못하게 하며, 빈부의 갈등은 통합을 저해한다. 산업적 투자에 들어갈 돈이 권력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면 경제도 위축된다. 부패는 대외 신인도 추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는 길이 김영란법의 의의임을 중앙은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부패의 먹이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길이다.” 90% 가까운 국민들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의 확대를 왜 지지했을까. 중앙의 ‘부패의 먹이사슬’이라는 구절은 우리 사회의 부패가 총체적이고 전면적이라는 사실, 부패 척결이 필수의 과제라는 사실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과 인식을 반영한 표현일 것이다.

한겨레는 김영란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김영란법에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고 신중하게 토를 단다. “헌재가 일부 인정한 대로 국가권력이 이 법을 남용해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할 위험은 존재한다”는 것이 이 법을 바라보는 한겨레의 우려다. 정보를 틀어쥔 권력이 정적을 길들이기 위해 정보를 악용하는 이른바 ‘공작정치’의 가능성을 지적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정보의 투명한 유통을 제도적으로 담보해 내지 못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태임을 감안할 때, 김영란법에 대한 꼼꼼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부정청탁의 대상에서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 등을 제외한 것도 바로잡아야 하고, 국회의원 등의 취업 청탁 등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졌음을 한겨레는 지적한다. 이는 김영란법이 제대로 취지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보완돼야 할 곳이 많다는 한겨레의 훈계인 셈이다.

 
기사 이미지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중앙이 말하듯 김영란법은 “한국 사회가 악취가 진동하는 ‘비리 공화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한 것이다. 또한 그것은 한겨레가 말하는 “부정부패 척결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한 법이기도 하다. 이 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부패의 척결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