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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다시 동맹을 생각한다

중앙일보 2016.08.09 00:27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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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환
도쿄총국장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동맹관은 돌연변이다. 동맹을 미국 세계 전략의 축으로 보는 공화당 주류와 동떨어져 있다. 비용 측면에서 접근한다. 한국·일본·독일 등의 안보 무임 승차론을 되뇌고 있다. 5일 다시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지 않으면 주둔군을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일국(一國)의 관점에서 나온 신고립주의의 극치다. 반면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안보·동맹관은 보수적이다. 공화당 주류와 닮은 구석이 적잖다. 6월 2일 국가안보 연설을 보자. 북한의 위협 부분에서 동맹의 힘을 치켜세웠다. 그것은 동맹과 함께 싸우고 전사했던 미군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진영이 민주당 새 강령에 ‘일본에 대한 미국의 역사적 책무(commitment)’를 넣은 것은 주목거리다. 당초 초안에 없던 구절이지만 최종본에 들어갔다. 일본의 로비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내 분위기에 대한 일본의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다.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트럼프가 부채질하고 트럼프를 뒷받침해 온 저류의 고립주의 여파는 만만찮을 게다.

한·미 양국의 주한미군에 대한 사드 배치 결정은 이런 미묘한 시기에 이뤄졌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사드의 1차적 목표는 주한미군 2만8500명의 방어다. 미군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주둔은 생각하기 어렵다. 주한미군이 동두천·의정부의 전방에서 평택·대구·부산의 후방으로 이동한 것은 인계철선(trip wire) 역을 피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이 한몫했다. 북한은 지금 탐지하기 어려운 이동식 발사대나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쏘기 시작했다. 다층·다차원의 방어망이 없는 상태에서 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인가. 북한의 궁극적 노림수는 주한미군 철수일지 모른다. 사드 문제에서 한·중 관계 악화만 걱정하고 한·미 동맹을 항구불변으로 보면 착각이다. 역사상 영원한 동맹은 없었다. 동맹은 신뢰를 먹고사는 생물체다.

동맹과 우호협력 국가를 같은 선상에서 보는 담론도 문제다.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의 주춧돌이다. 동맹에 대한 투자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왔다. 이것이 경제 발전의 버팀목이 됐다. 맹목적인 동맹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할 말은 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되 안보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지금은 다시 지정학이 꿈틀거리는 시기다. 지리·역사·민족·종교·인구·자원 등 바꿀 수 없거나 바꾸기 힘든 지정학 요소가 역내 국가의 전략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사드와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의 대응에도 지정학이 어른거린다. 자유·민주주의·인권의 공통 가치를 가진 역외 국가와의 동맹은 안보의 조건이다. 역외 균형자(balancer)가 없었던 구한말을 되돌이켜 보라. 안보 차원에서 우리가 미·중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 한·중 관계는 소중하지만 중국이 우리를 지켜주지는 않는다. 안보에 대한 감상적 사고를 경계한다.

오영환 도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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