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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스트리트저널] ⑥ 손정의가 ARM을 인수한 진짜 이유

중앙일보 2016.08.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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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사라는 말이 자주 쓰이긴 하지만 일본의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잘 어울리는 사람도 드문 것 같습니다.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한 손 회장은 영국의 CPU(중앙처리장치) 설계회사 ARM홀딩스를 234억 파운드(약 34조원)에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손 회장의 기업 인수 가운데 가장 큰 규모입니다.
 
 손 회장은 중국에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기 훨씬 전인 2000년 알리바바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죠. 미국 3위 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를 사들이기도 했고요. 손 회장의 투자가 실패한 적도 있지만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눈’에 다들 놀랄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손 회장은 이번에 왜 ARM을 인수한 걸까요. 언론은 그의 기자회견을 토대로 ‘새로운 성장동력 모색’‘미래는 IoT(사물인터넷) 세상’ 등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손 회장을 만나 나눈 얘기를 들어보면 훨씬 더 깊은 철학이 담겨 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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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 회장은 말했습니다. “아직 숨겨놓고 싶은 부분이 좀 있어요. 어차피 말해도 믿어주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처럼이니만큼 오늘은 속마음을 좀 얘기해볼까 합니다.”
 
 “나는 싱귤래리티(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가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20년, 30년 안에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에 의한 ‘초(超)지성’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훨씬 뛰어넘게 될 것입니다. 한 번 뛰어넘으면 두 번 다시 인간이 역전할 수 없는 정도의 차가 벌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초지성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능가한다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갖는데요. 나는 그것이 인간의 행복과 어우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재해를 멈출 순 없겠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의 재해가 발생할지를 명확히 예측하는 것은 초지성에 의해 가능하게 됩니다.”
 
 “또 지금까지 인류가 불치병이라고 여겨온, 인간의 지혜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병을 고칠 수 있게 된다든가... 초지성은 인류의 불행한 부분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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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귤래리티 = 인공지능 > 인간지능

 “나는 그런 사회가 오길 바라고, 그것은 누군가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기술의 진화를 악용하려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좋은 의도 쪽에서 공헌하고 싶습니다. 공헌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론 안되고 구체적인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그 방법 중에 최고가 ARM 인수였습니다.”
 
 “초지성은 딥러닝(deep learning)에 의해 진화해 나갑니다. 쉽게 말하면 본 것, 들은 것, 만진 것 등 모든 데이터를 전부 학습한다는 것입니다. 그 데이터는 바로 ARM의 CPU에서 나옵니다. ARM은 지난해 인텔의 약 40배가 되는 CPU를 세상에 내놨습니다(※ARM의 라이선스를 받아 제조된 칩의 총 수). 이제 IoT 시대가 열리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말하자면 세상의 삼라만상을 보다 넓고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거기서 나오는 여러가지 데이터, 이것이 초지성의 진화, 인류 행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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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로고가 새겨진 칩


 “나는 현재 플랫폼이라는 콘셉트에 빠져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기업과 엔지니어들이 몇 백만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애플이나 구글이 만들어 놓은 플랫폼 상에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것처럼 의학이나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할 것으로 봅니다.”
 
 “플랫폼을 어디까지, 어떤 형태로, 언제 실현할까 하는 점에 대해선 여러가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마음만으로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는 적어도 10년 정도는 더 현업에 남아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던 니케시 아로라 전 소프트뱅크 대표이사 부사장을 1년 반만에 내보내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손 회장. 일본 기업답지 않은 그의 공격적 행보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됩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그래픽=김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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