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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공짜로 지도 쓰려 해” vs “반출 막으면 혁신 뒤쳐질 것”

중앙일보 2016.08.09 00:01 경제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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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맵과 네이버 지도

“구글에 지도데이터 반출을 반대하는 건 아이폰 도입을 막은 것과 비슷하다. 이번에도 한국만 혁신에 뒤쳐지는 것 아닐까 우려된다.”(구글 권범준 지도프로젝트 매니저)

구글은 해외에 서버 둔 유한회사
매출 규모 알 수 없고 과세 못 해
‘특정 국가서 핵심사업할 땐 과세’
디지털 경제에 맞게 법 정비해야

“디지털 지도는 우리의 안보이자 미래의 밥이다. 구글이 ‘한국 IT기업은 구글을 통해야만 발전한다’는 식의 식민사관을 강요하고 있다.”(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간정보 국외 반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구글이 2008년부터 정부에 지도정보 반출을 신청한 이후 공개 토론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이우현(새누리당)·민홍철(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엔 500여 명이 참석했다. 8명의 토론자 중 6명이 반(反)구글 진영에 서며 3시간 동안 팽팽히 맞섰다.

반(反)구글 측은 ▶안보 위협 ▶구글의 독점적 사업 태도 ▶지도데이터의 경제적 가치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네이버 윤영찬 부사장은 “안보는 구글이 아닌 우리 정부와 국민이 판단할 문제고, 한국 스타트업이 구글 지도가 없어서 해외 진출 못하지 않는다”며 “구글이 세계 각국에서 조세회피를 통해 확보한 막대한 R&D 자금으로 국내 기업과 구글의 기술격차는 더 커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이 국내 지도데이터를 확보하면 네이버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구글은 지난 6월초 국토지리정보원에 5000 대 1 축적의 국내 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의 구글 데이터센터에 저장할 수 있게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다. 차량용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 오토나 무인자동차 등 지도정보 기반 서비스를 국내에서도 하려면 한국의 지도데이터를 반출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뜨거운 논쟁이 계속됐다.

최근 여론은 ‘국내에 법인세를 내지 않는 구글이 경제적 가치가 막대한 지도데이터를 손쉽게 가져가려고 한다’는 비난으로 기울고 있다. 구글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반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비슷한 이유로 한 목소리로 반대한다. 토론회를 계기로 핵심 쟁점을 정리했다.

◆구글 서버 국내 있으면 해결되나=구글에 반대하는 쪽은 “구글이 서버를 한국에 두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구글은 “전세계 사용자가 구글 지도를 안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전세계 8개국에 있는 데이터센터 15곳에 지도데이터를 저장해야 한다”며 “서버를 국내에 둬도 지도데이터 반출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反)구글 측에선 “서버를 국내에 두면 법인세를 내야하는 문제 때문에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안 두려고 애를 쓰는 것”이라고 다시 비판한다. 국내에서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구글의 ‘절세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세금과 지도문제를 연결시키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며 “각국 법규에 따라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다”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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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구글 지도 반출에 관한 정책 토론회.


◆서버 없으면 과세 못하나=현행 법인세법에 따라 서버 같은 설비를 국내에 설치하면 고정사업장에 해당돼 법인세 과세 대상이 된다. 구글은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내에 고정설비가 없어 법인세를 내고 있지 않다. 또 구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같은 외국계 기업들은 외부 감사나 공시 의무가 전혀없는 유한회사여서 매출 규모를 알 수 없다. 유한회사에 대한 외부 감사를 강화하는 법안은 금융 당국이 2013년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실행된 적이 없다. 외국계 기업들은 현행 법이 허용하는 절세·비공개 전략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법인세법 개정안과 유한회사에 대한 외부감사 강화 법안 등은 19대 국회에서 자동폐기 됐다.

이 때문에 서버가 국내에 없어도 과세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현행 법을 디지털 경제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 서버를 국내에 두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우리 법망의 빈 틈을 줄이자는 것이다. 구글이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같은 나라에 소득을 이전하는 행위(BEPS)를 막기 위해 나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특정 국가에서 핵심 사업을 수행하면 해당국에서 과세할 수 있도록” 고정사업장 개념을 재정의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정곤 박사는 “고정사업장이란 용어 자체가 디지털 상거래가 활성화된 시대에 맞지 않다는 데 세계 각국이 동의하고 법을 재정비하고 있다”며 “국내 법도 이런 개념을 반영하고 한미 조세협약 등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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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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