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분석] 11개월 만에 AA ‘일계급 특진’…믿음 커진 한국

중앙일보 2016.08.09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혹시 잘못 발표한 건 아닌가 의심했다.”

한국보다 높은 곳 6개국뿐
빚 갚을 능력 좋아졌다는 뜻
“경제 상황과 별개” 판단 많아
“잠재력 둔화, 고령화, 실업 등
이참에 구조적 문제 해결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한 직후인 8일 오후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한 말이다. 이날 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올렸다. AA는 S&P의 국가신용등급 21단계 가운데 셋째로 높다. 한국이 S&P로부터 신용평가를 받기 시작한 1988년 이후 AA 등급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무디스가 S&P의 AA에 해당하는 Aa2로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 계단 올렸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피치만 한국의 신용등급을 네 번째 단계인 AA-로 유지하고 있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등급 상향으로 한국은 영국·프랑스·벨기에와 신용등급(S&P 기준)이 같아졌다.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는 최고 등급인 AAA로 분류되는 독일·캐나다·호주·싱가포르·홍콩과 둘째로 높은 AA+인 미국을 합쳐 단 6개국뿐이다. S&P는 지난해 9월 15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올린 데 이어 11개월 만에 다시 상향 조정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후폭풍, 중국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경기 둔화 등 한국을 둘러싼 여러 악재 속에 나온 S&P의 결정을 두고 송 관리관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한종석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실 연구원은 “신흥국 위주로 신용등급을 내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선 영국 등 선진국의 국가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하는 추세”라며 “지난해 9월 이후 한국의 신용등급이 총 3회(S&P 2회, 무디스 1회) 올라갔는데 이는 주요국 가운데 유일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린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꾸준한 경제 성장, 대외 건전성 개선 지속, 충분한 재정·통화정책 여력이다. S&P는 이날 낸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로 전망되는데 주요 선진국(0.3~1.5% 전망)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한편에선 신용등급 상향이 현재의 체감경기와는 딴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가신용등급은 한국 정부와 공기업이 돈을 빌릴 때 잘 갚을 수 있을지 평가한 지표”라며 “신용등급이 높아졌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한국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좋아질지 여부와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이 빚 갚을 능력이 좋아졌다’는 정도로만 풀이해야 한다는 얘기다.

S&P는 GDP의 5%를 웃도는 경상수지 흑자와 순수 정부 부채가 GDP의 20% 수준으로 유지되는 점을 신용등급을 올린 주요소로 꼽았다. 이상빈 교수는 “경상흑자만 해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생기는 ‘불황형 흑자’”라고 한계를 짚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 역시 “S&P가 한국의 재정 상황을 건전하다고 평가했지만 이 역시 선진국 수준의 복지를 이루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냥 좋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AA…S&P, 한국신용 한 단계 상향

이승호 실장은 “외부에서 한국 경제를 보는 시각이 나쁘지 않은 때에 성장 잠재력 둔화,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신용평가사. 국가별, 주요 기업별 신용평가를 하고 금융시장과 금융상품 분석도 한다. S&P는 무디스, 피치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꼽힌다. S&P가 500개 기업·종목을 추려 산출한 ‘S&P 500지수’는 미국 증시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