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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급 디자이너들이 만든 각국 선수단 유니폼

중앙일보 2016.08.06 18:31
5일(현지시간) 열린 리우올림픽 개막식은 성대한 패션쇼이기도 했다. 각국이 경기 성적 못지 않게 공을 들인 분야가 대표선수단 유니폼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국가 대표'급 디자이너들이 총출동했다. 각국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한 자리에 모이다 보니 개·폐막식은 국가 대항 패션 경연장이 됐다.

올림픽 단복의 특징은 국가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 각국 국기를 구성하는 색깔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캐나다의 단풍나뭇잎과 같은 국가 상징을 넣기도 한다. 국가(國歌)의 한 소절이나 팬들의 응원 문구를 재킷 안감에 새겨 넣는 등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역할도 유니폼이 맡는다.

프랑스 대표팀 유니폼을 디자인한 ‘라코스테’의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한 인터뷰에서 “한 나라의 기풍을 축약해 하나의 스타일에 담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패션 감각을 자랑한 대표선수단 유니폼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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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폴’이 만든 한국 유니폼
한국 선수단은 빈폴이 제작한 정장 스타일 단복을 입고 입장했다. 남녀 공통으로 네이비 재킷과 화이트 테이퍼드 팬츠(밑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좁아지는 바지)를 입었다. 한복 동정에서 영감을 얻어 재킷 깃과 앞면을 따라 흰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밑단을 접어 올리는 바지는 세련되고 단정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남성은 니트 타이, 여성은 노랑·초록·파랑·빨강의 사색판 매듭 형태 스카프를 곁들였다. 무더운 현지 날씨를 고려해 구김이 덜 생기고 물빨래할 수 있는 ‘리넨 재킷 티셔츠’, 흰 바지의 오염 걱정을 줄이는 ‘나노 가공’ 기술을 적용했다. 모기를 통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방충 소재를 사용했다.
김수정 빈폴 디자인실장은 “처음에는 반바지 유니폼을 고려했는데, 선수들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서 모두 긴소매와 긴바지로 바꿨다”고 말했다. 재킷 안감에는 팬들의 응원 문구를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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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명품 브랜드 ‘디스퀘어드’ 유니폼
캐나다 대표팀 유니폼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세련된 감각을 자랑했다. 캐나다 출신의 쌍둥이 형제 댄과 딘 케이튼이 이끄는 명품 브랜드인 디스퀘어드가 디자인했다. 디스퀘어드의 주특기인 테일러링을 기본으로 한 현대적인 스타일이 단복에서 잘 드러난다. 요즘 트렌드인 에슬레저룩에 충실했다. 전통 테일러링에 바람막이를 합친듯한 빨강 재킷, 흰색 스웨트셔츠가 포인트. 뒷모습은 연미복처럼 길게 꼬리를 빼놓았는데, 스트링을 넣어 조일 수 있게 처리했다. 편안해 보이는 조거 팬츠가 에슬레저룩의 정점을 찍었다. 댄과 딘 케이튼은 “고향 캐나다에 대한 열정과 디스퀘어드의 에너지 넘치는 정신이 만난 산물”이라며 “캐나다는 늘 우리에게 영감이 되기 때문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디자인하는 것은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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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 랄프 로렌’의 아메리칸 프레피룩
미국 선수단복은 미국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맡았다. 성조기의 빨강·파랑·흰색 3색을 적극 활용해 클래식 아메리칸룩을 구현했다. 큼직한 폴로 로고가 찍힌 네이비 재킷에 흰 바지를 기본으로 했고, 보트 슈즈(배 갑판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고무 밑창을 댄 여름용 신발)와 끈 팔찌까지 3색을 고수했다.

비니 모자와 사슴무늬 스웨터가 과했다는 평을 들은 소치올림픽 유니폼을 의식해서인지 이번 유니폼은 차분해졌다. 창의적인 시도 대신 안정을 택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지루하다는 평도 나왔다. 재킷 안에 입은 3색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너무 성의없다' '러시아 국기 같다'는 혹평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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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 입은 이탈리아 선수단
이탈리아 대표팀은 이번에도 이탈리아 대표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옷을 입었다. 아르마니는 런던올림픽,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이어 리우 올림픽에서도 선수단의 모든 정장과 운동복을 디자인했다.

트레이닝복 상·하의, 모자 달린 방수 재킷, 반소매와 긴소매 폴로 셔츠, 버뮤다 반바지, 주머니가 큰 카고 바지와 반바지, 운동화 두 종류, 선글라스까지 포함된 완벽한 세트를 준비했다. 폴로 셔츠에는 ‘이탈리아의 형제들’이란 문구를 넣고 아르마니의 스포츠 브랜드인 ‘EA7’ 로고를 앉혔다. 재킷과 스웨트셔츠 안감에는 이탈리아 국가(國歌)의 첫 구절을 금빛 이탤릭체로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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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코스테’ 입은 프랑스 선수단
프랑스 브랜드 ‘라코스테’가 디자인한 프랑스 유니폼 컨셉은 미니멀리즘이었다. 선수단은 엉덩이를 덮는 길이의 네이비 레인코트와 흰색 스키니 팬츠를 입고 입장했다. 패션의 나라답게, 프렌치 특유의 우아함과 세련됨이 느껴진다는 평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올리베이라는 “올림픽 유니폼은 스타디움 관중석이나 TV에서 볼 때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디자인적 정체성이 명확하면서 선수들이 입었을 때 편안해야 한다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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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브랜드 ‘H&M’이 만든 유니폼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을 보유한 스웨덴은 이 브랜드에 대표팀 유니폼 디자인과 제작을 맡겼다. 스웨덴 국기의 노랑과 파랑을 바탕으로 기능적이면서 세련된 감각을 선보였다. 여성 선수들은 허리를 묶는 디자인의 민소매 원피스 또는 노란색 트랙수트와 짧은 반바지를 입었다. 남성들은 국기를 본 뜬 디자인의 운동복 상의에 무릎 길이 반바지를 입었다. 재생 폴리에스테르 같은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 정장과 시상식 의상, 육상·축구·핸드볼 등 일부 경기복을 만들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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