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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명문' AC밀란, 中 바이두 컨소시엄에 매각…‘베를루스코니 시대’ 막 내려

중앙일보 2016.08.0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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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30년 만에 AC밀란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난다. [사진 AC밀란]

'축구 굴기'를 꿈꾸는 중국 자본이 이탈리아 축구 명문클럽 AC밀란까지 집어삼켰다. 유럽 축구 ‘별들의 잔치’인 챔피언스리그(UCL)에서만 통산 7회 우승을 기록한 AC밀란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0) 전 이탈리아 총리가 대주주로 구단을 운영해왔다.

5일(현지시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일가가 보유한 지주회사 핀인베스트는 성명을 내고 AC밀란 지분 99.93%를 중국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에 참여한 중국 컨소시엄은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 리옌홍(李彦宏) 회장을 비롯해 부동산기업인 헝다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양 측은 AC밀란의 구단 가치를 부채 약 2억2000만 유로(약 2714억원)를 포함해 총 7억4000만 유로(약 9130억원)로 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C밀란은 베를루스코니의 정치 역정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부침에 따라 구단의 운명도 바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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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의 최대 전성기인 90년대 베를루스코니가 세리에A 우승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반바스텐(가장 왼쪽), 루트 굴리트(오른쪽 두번째), 프랑크 레이카르트(가장 오른쪽) 등 네덜란드 3총사가 밀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사진 AC밀란]

‘축구 매니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1986년 구단을 인수한 뒤 AC밀란은 급속도로 성장해 1990~2000년대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다섯 차례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축구 리그 세리에A 우승 여덟 차례, 총 28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90년대 AC밀란은 '압박 축구의 창시자' 아리고 사키 당시 감독, ‘말총 머리’로 널리 알려진 공격수 로베르토 바지오가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00년대에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용병술을 기반으로 두차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AC밀란의 과실을 가장 톡톡히 누린 인물은 구단주 베를루스코니였다. 축구를 통해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그는 1994ㆍ2001ㆍ2008년 총 세 차례 총리 자리에 올랐다.  베를루스코니가 지난 1993년  창당했던 ‘포르자 이탈리아(Forza Italia)’의 이름 역시 ‘파이팅’을 뜻하는 이탈리아 단어 포르자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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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직접 나서 안첼로티(왼쪽) 당시 감독, 팀의 주장인 말디니(오른쪽)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AC밀란]

그렇지만 AC밀란은 2012년 시즌부터 이렇다 할 우승 경력 없이 부진에 빠졌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탈리아 경제 위기 속에 사임한 직후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9000만 유로(약 120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봤다.

이탈리아 법원에 기소되는 등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면서 베를루스코니는 구단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줄여나갔다.

결국 구단주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팀의 부흥을 이끌만한 선수 확보를 위한 충분한 자금을 투자할 수 없다“며 AC밀란을 매각하기로 했다.

당초 그는 “이탈리아 회사에 구단을 넘기고 싶다”고 밝혔지만 마땅한 인수처를 찾지 못했다. 대신 중국 투자단이 향후 AC밀란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하자 계약서에 사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밀라노에 기반을 둔 AC밀란과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란(인테르 밀란), 양대 명문 축구단을 모두 중국 자본이 보유하게 됐다.

앞서 중국의 가전유통업체인 쑤닝(蘇寧)은 지난 6월 AC밀란의 라이벌 인테르밀란 인수를 발표한 바 있다. 쑤닝은 인터밀란의 지분 70%를 2억7000만 유로(3571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중국은 ‘축구광’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후 축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강력한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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