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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갑자기 청소, 아끼는 물건 나눠주면 위험신호

중앙일보 2016.08.06 01:33 종합 10면 지면보기
지난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에서 보낸 초등학교 1학년 자살 방지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학교 측에서 새로 입학한 초등생들에게 자살 방지 서약서를 나눠주고 서명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게시글에 달린 의견 대다수는 ‘초등생에게는 적절치 않은 일이다’는 내용이었지만 청소년들의 자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견도 꽤 있었다. 실제로 2011~2014년 16명의 초등생이 목숨을 끊었다. 2014년 한 해에 초등생 7명이 세상을 등져 교육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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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학생정신건강연구소의 분석 결과 이들 16명 중 10명은 사후에 명확한 심리적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16명은 대부분 경제적 형편이 나쁘지 않은 집에서 자랐다. 학교 성적은 모두 중·상위권이었다. 또 16명 모두 결석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부모나 교사가 이들을 ‘자살할 이유가 없는 학생’이라고 여겼던 이유다.

사전 포착 힘든 초등생 자살
전문가 “주변 정리, 극단적 선택 징후”
대부분 형편 좋고 평소 말썽 안 부려
아이 시선으로 봐야 조짐 알 수 있어

이에 대해 학생정신건강연구소장인 홍현주 한림대 성신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른들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아이들의 자살 징후를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인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충동적인 자살’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결론이다.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부모나 선생님 등이 간과하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노원구의 한 학원 화장실에서 목을 맨 모습으로 숨진 채 발견된 A군 또한 마찬가지다. 유서조차 발견되지 않았고, A군의 부모는 ‘밝은 모습으로 집을 나선 아들이 자살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현장 조사 결과를 근거로 경찰은 사건을 자살로 결론 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A군은 학교에서 몇몇 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조사한 관할 교육지원청은 "집단 따돌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운선 경북대 소아청소년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이가 갑자기 청소를 하거나 아끼는 물건을 나눠주는 것은 주변을 정리하고 목숨을 끊으려는 자살 징후다. 또 ‘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식의 죽음과 관련된 질문을 한다거나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데도 잠을 못 자고 짜증을 내는 것도 위험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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