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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외교는 국민 정서에 휘둘려선 안돼”…한국서 9년 산 일본 외교관 쓴소리

중앙일보 2016.08.06 00:38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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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

미치가미 히사시 지음
윤현희 옮김, 중앙북스
264쪽, 1만3000원

‘한국인만 모른다’고?, ‘일본 외교관이 한국 들으라고 한 쓴소리’라고?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심기 불편해진 이들도 있을 거다.

저자 미치가미 히사시(58·주 두바이 일본 총영사)를 한국의 지인들은 “친화력·성실로 한국 인맥을 쌓은, 솔직한 외교관”이라 평한다. 1984~86년 유학(서울대 외교학과 석사 과정) 생활을 시작으로, 98~2000년(1등 서기관), 2011~14년(문화공보원장 겸 총괄 공사), 도합 9년을 한국에서 지냈다. 2008년 올림픽 전후 3년 간은 주중 베이징 공사를 지냈다.

한국과 중국에 관한 책 여러 권을 이미 낸 미치가미는 이 책을 ‘잘나가는’ 한국의 미래를 위한 제언집이라고 했다.

주장의 키워드는 국민정서를 뜻하는 ‘공기’(空氣)와 중국. 현재 한·일관계를 비롯한 한국 외교의 문제는 ‘공기’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고 있고, 인접국인 일본, 특히 중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기인하고 있다는 전제다. “한국에선 사실을 정면에서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무라야마 담화 내용은 모른 채, 한·일간 마찰이 나면 조건반사적으로 ‘진정성이 없다’ ‘우경화의 발로다’라고 치부한다.” 전후 70년 일본의 노력과 긍정적 측면은 폄하되고, 일본 인식은 편견으로 ‘퇴화’하고, 외교 언사는 거칠 대로 거칠어졌다는 문제의식이 전편에 흐른다.

중국은 어떨까. “외교·이념적으론 실제 이상으로 과신하고 일상에선 과도하게 수준을 낮게 본다. 동시에 ‘삼전도 굴욕’ 같은 (한반도 침략의) 역사는 기억하지 않고, 중국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안다고 인식한다.” 이를 두고 그는 한국 외교의 함정이라 진단한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중국 경제의 압도적 영향 아래 있지만 외교·안보 면에선 확실하게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해) 자국의 주장을 편다. 한국이 배울 점이다.”

와중에 쏟아진 일본 아베 정권의 ‘강성 개각’과 방위 백서 보도, 여기에 오버랩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를 둘러싼 중국의 무도한 대응과 휘둘리는 한국 사회의 모습. 비록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도 한국 외교의 울타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김수정 국제선임기자 kim.su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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