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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니들이 우정을 알아? 세상을 움직인 ‘여자들의 의리’

중앙일보 2016.08.06 00:27 종합 1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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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우정에 관하여
메릴린 옐롬·
테리사 도너번 브라운 지음
정지인 옮김, 책과함께
424쪽, 1만9500원

“내 존재의 온 힘을 다해 너를 사랑해. 네가 불행하다면 나는 살 수가 없어. 내 모든 생각과 경험을 내가 아는 그대로 아는 사람은 오직 너뿐이니까.”

흡사 연애편지의 한 구절 같지만 놀랍게도 독일 철학자인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여동생 아델레가 어린 시절 동성친구 오틸리에에게 쓴 편지 중 일부다. ‘우정은 두 몸 안에 들어 있는 한 영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실천이라도 한 것 같다. 이는 낭만주의(1761~1850)의 문학사조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 때는 눈물과 한숨 섞인 시적인 언변을 쏟아내는 것이 좀 더 감정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던 시절이기에.

이렇듯 사랑과 우정의 경계는 시대에 따라 변모한다. 특히 오랫동안 문학은 물론 역사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 간의 우정은 신비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다. 수다 떨기 좋아하고 먼저 나서 보살핌을 마다하지 않는 여성들의 우정은 결코 남성의 그것보다 모자람이 없다. 되려 그만큼 오랫동안 억눌려 왔기에 시대와 그 시대의 문화상을 보다 잘 반영한다. 스탠퍼드대 젠더 연구소에 재직 중인 메릴린 옐롬은 2007년 12월 30년지기 친구이자 동료인 다이앤 미들브룩을 잃고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다른 무엇도 그 우정을 대신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원로학자와 베테랑 작가 테리사 도너번 브라운이 함께 쓴 만큼 방대한 자료 조사를 거쳤다. 구약 성서에 나오는 며느리 룻과 시어머니 나오미의 세대를 초월한 우정부터 ‘렌터프렌드’ 같은 서비스로 친구를 구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수녀원이나 문학 살롱을 중심으로 뭉쳐온 여성들이 어떻게 퀼트모임과 산업혁명을 거쳐 친구를 고르고 우정을 키워왔는지 그 내밀한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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