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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트럼프 몰락? 미국 대선 끝난 게 아니다

중앙일보 2016.08.06 00:06 종합 2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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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18일 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공화당 전당대회장. 갑자기 그룹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가 웅장하게 울리더니 정면 연단에서 빛나는 조명을 뒤로한 채 도널드 트럼프가 나타났다. 대회장 2층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전까지 조용히 앉아 있던 옆 자리의 백인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이 할머니는 결국 목이 쉬었다. 눈부시도록 하얀 조명 속에 등장한 트럼프와 그를 향해 기립해 열광하는 수천 명의 지지자들. 종교 집회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 후 뉴욕타임스가 트럼프를 놓고 ‘구세주로 나섰다’고 까칠하게 보도했다.

트럼프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나만이 고칠 수 있다”고 했고 힐러리 클린턴은 반대로 “함께 고친다”고 강조했다. 두 당의 전당대회는 두 사람의 말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클린턴을 위해 경선 적수였던 샌더스도, 클린턴을 경원시했다는 미셸 오바마도 “그와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직 대통령·부통령에 소수인종, 무슬림, 동성애자까지 모두 클린턴 만들기에 나섰다. 반면 트럼프는 혼자나 다름없다. 전당대회장에서까지 정적인 테드 크루즈는 ‘양심 투표’를 거론하며 트럼프 반대나 다름없는 연설을 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트럼프 지지는 쏙 뺀 채 클린턴 비판 연설만 했다. 전당대회가 열렸던 지역의 현직 공화당원 주지사(존 케이식)는 현장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미국 대선은 구도로 보면 이미 끝난 싸움이다. 트럼프 지지율은 오래전에 추락했어야 했다. 민주·진보 진영은 오바마+샌더스+엘리자베스 워런으로 상징되는 단일 대오를 만들었다. 반면 보수는 분열돼 있다. 부시 가문+밋 롬니 등 구주류가 이탈했고 당 지도부(폴 라이언)와 원로그룹(존 매케인)은 트럼프와 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CNN 등 주류 언론들은 몇 달째 ‘트럼프 당선=미국 몰락’의 메시지를 주입하며 트럼프 무너뜨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미국 대선의 이면엔 주류 언론들이 부각하지 않는 또 다른 전선이 있다. 아웃사이더 트럼프는 뒤집으면 워싱턴 정치와 차별화한 ‘트럼프식 새 정치’다. 분열의 정치건 분노의 정치건 기존과 다르다. 반면 클린턴은 언제적 사람인가. 백악관에 들어가며 영부인으로 출발했을 때가 23년 전이다. 빌 클린턴에 한 차례 열광했던 이들이 23년간 겪어봤던 또 다른 클린턴에게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을까. 오바마에 열광했던 이들이 오바마에게 졌던 클린턴에 다시 열광할 수 있을까.

클린턴이 두 자릿수로 격차를 벌린 여론조사가 나왔지만 이는 클린턴이 이슈를 주도했기 때문도 아니고 열정적인 지지표에서 트럼프를 앞섰기 때문도 아니다. 스스로 무덤을 판 트럼프의 입에 힘입어 클린턴이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이다. 반사이익만으론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대선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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