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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무용] 몸을 흔들다, 또 다른 나를 보다

중앙일보 2016.08.06 00:01 종합 2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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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주
무용평론가

영상 속의 ‘나’는 한없이 자유롭다.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기도, 한 장소에서 몸을 흔들어대기도 한다. 얼굴엔 미소와 어둠이 교차한다. 영상 밖엔 또 다른 내가 서 있다. 일찍이 독일 안무가 피나 바우슈(1940~2009)가 말한 “인간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보다 무엇이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가에 더 흥미를 느낀다”처럼 영상 속의 나를 관찰하며 움직임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이의 것이다.

직장인 무용 ‘카페 콜라주’


지난달 20일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공연한 ‘한여름 밤의 춤, 나를 만나다’의 한 장면이다. ‘2016 서울시민예술대학’(서울문화재단 주최) 중 하나인 ‘카페 콜라주’의 최종 발표회다. 비전공자들이기에 날렵한 몸짓이나 뛰어난 기교는 없었다. 그래도 무대 위의 진지함만은 전문 무용수 이상이었다. 19세 이상 직장인 13명이 매주 두 시간씩 14차례에 걸쳐 교육받은 결과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평소 무용에 관심이 큰 직장인이겠지만 몸에 대한 탐구, 공간 드로잉, 즉흥 표현 등 무용과 시각예술을 접목한 통합예술 커리큘럼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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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의 나를 보는 느낌을 어떨까. 일반인 무용 ‘카페 콜라주’가 던지는 질문이다. [사진 서울문화재단]

필자는 20여 년 전 파리 자크 르콕 국제연극학교 움직임연구소(Laboratoire d’Etude du Mouvement)에서 공부할 때를 떠올렸다. 특정 주제 하나를 가지고 소리·움직임·도형·오브제 등으로 통합예술 결과물을 만드는 훈련을 받았다. 무용하는 사람이 왜 연극학교를 다니느냐는 질문을 들을 정도로 장르 간 경계가 확실했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창작 방식이었다. ‘카페 콜라주’ 공연이 의미가 컸던 것은 춤을 춰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오직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진정한 통합예술을 실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일반인 공연이 보편화돼 있다. 동네 곳곳에 있는 공공 문화센터에서 창의적 방식으로 춤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이런 교육은 거꾸로 동호인을 늘려 전문 공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예술 발전에 기여한다. 이런 교육이 프랑스가 문화강국을 이루는 초석이 됐을지 모른다. 예술교육이 프랑스 사회 전반에 걸쳐 창의적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추격형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창의적 혁신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정부에서도 창조경제를 국가 목표로 제시하고, 최근에는 국가 브랜드로 ‘Creative Korea’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한 창조경제는 창의적인 문화가 기반이 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놓친 것 같다. 성과를 거두려면 예술교육에 대한 지원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예술교육을 통해 개인은 자신을 표현하고 거기서 얻는 행복감으로 심신의 건강을 챙기면서 스트레스도 날리는 치유 효과까지 올릴 수 있다. 창의적인 자기표현이 일상 속에 자리 잡을 때 창조경제 또한 제대로 시동이 걸릴 듯싶다.

장인주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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