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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포켓몬 고 신드롬

중앙선데이 2016.08.05 17:39 490호 1면 지면보기
??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지난 며칠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말로만 듣던 '포켓몬 고(Pokemon Go)'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딜가나 '몬스터 홀릭들'입니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대학·공원·대형 몰 주변엔 수십명이 떼를 지어 스마트폰에 고개를 틀어박고 게임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헛웃음이 나다가 문득 '무엇이 이 사람들을 이렇게 열광하게 할까' 호기심이 일어 저도 해봤습니다. ?? 아시다시피 포켓몬 고는 위치정보 시스템에 기반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모바일 게임입니다. 게임 방법은 간단합니다. ?? ①먼저 '포켓몬 고'를 플레이 시킨 채 거리를 걷다보면 화면위에 사각형 박스모양의 스팟(Pokestop)들이 나타납니다. 한 곳에 머물러도 좋지만 거기가 Pokestop이 아니라면 하루 종일 앉아있어도 박스가 뜨지 않기 때문에 이곳 저곳 발품을 파는게 좋습니다. ?? ②화면속 박스들을 클릭합니다. 그러면 가까운 거리의 건물이나 조각물,조형물 혹은 상징물들이 실제 사진으로 화면에 뜹니다. 이때 화면 상단에 상징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곁들여집니다.?? ③사진을 돌리듯 손끝으로 가볍게 터치하면 화면이 뱅그르르 돌면서 둥근 볼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걸 포켓볼이라 부릅니다. 포켓몬을 잡을 때 사용하는 일종의 탄알 같은 것이니,포켓볼을 많이 확보해두는게 유리하죠. 그러려면 이곳 저곳을 쏘다니며 여러 Pokestop에서 포켓볼을 장전해둬야 합니다.? ④이렇게 길거리를 쏘다니다 보면 예고없이 불쑥 몬스터들이 화면에 나타나는데,그 순간을 놓치면 안되기 때문에 걷는 중간 중간에도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다음은 포켓볼을 굴려 몬스터를 잡는 겁니다. 잡힌 몬스터의 캐릭터와 숫자에 따라 내 포인트가 올라가고 따라서 그레이드도 높아지게 되는데,몬스터가 호전적이고 강한 캐릭터일 경우 포켓볼을 막아내기도 하니까 포켓몬 포획이 그닥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건, 포켓몬과 대결을 벌이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실제의 현실에선 보이지 않지만 신기하게도 스마트폰을 통해 구현된 화면속 이미지엔 포켓몬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게 바로 AR,즉 위성을 통한 위치정보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결합해 아주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게 기술입니다. ? 포켓몬 고는 게임의 패러다임을 확 바꿔놨습니다. 어둡고 칙칙한 밀폐된 지하실의 게임을 밝고 활기찬 대로로 끌어냈습니다. 외토리·루저들이 즐기던 오타쿠 게임이 아니라 누구나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됐습니다. 포켓몬 고 개발을 주도한 Niantic의 CEO 존 행크는 유저들사이에 포켓몬을 거래할 수 있게 하거나 '체육관'(일정 레벨에 오른 유저들이 대결을 벌이는 무대)의 기능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라고 밝혀 벌써부터 매니아들을 흥분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고의 위력은 이 정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봅니다.(물론 포켓몬 고가 비즈니즈적으로 더 성공할지,아니면 예측하지 못했던 사유로 고꾸라질지는 알수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 기능을 각종 비즈니스와 연계하거나 길찾기,맛집소개,날씨·쇼핑 정보 같은 생활정보와 결합시킨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포켓몬 신드롬에 재빨리 올라탄 일본 맥도널드가 벌써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일본내 매장 2900개에서 포켓몬 고 서비스를 제공하고,이중 400개 매장은 챔피언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체육관'으로 설정했더니, 7월 매출이 전월 대비 26% 늘어났다는군요.

?? 포켓몬 고 열풍에서 전율을 느낍니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이미 시작됐음을 절감합니다. IT·디지털 기술 발달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입니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소양과 자산은 오픈 소스,크라우드 소싱,공감과 소통 능력,소유가 아닌 공유? 능력인데 이중 특히 창의력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창의력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창의적인 사고가 통용되는 토양과 도전과 실패가 받아들여지는 환경속에서만 가능합니다. 밤 12시까지 야간 자율학습과 학원 과외로 아이들을 뺑뺑이 돌리는 입시 시스템,혈기왕성한 20대의 4년을 스펙 쌓기로 보내야 하는 대학생활,취업준비생 65만명중 25만명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풍토속에서 과연 가능할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 정말이지 교육이 바뀌지 않고선 우리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대량생산 산업화 시대에 최적화된 과거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의적으로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 혁명이 절실합니다.?? 그런 면에서 1주일만에 총장의 백기투항으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학생들의 교수 감금과 학교의 경찰력 동원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부른 '이화여대 사태'는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예산을 미끼로 입학생 수,학과 설치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면서 대학을 장악해온 교육당국의 구태가 본질적 문제지만,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 문제를 놓고 대학과 학생측이 보여준 저급한 논쟁은 이화여대가 개화기 한국 여성의 교육을 선도하고 사회 발전의 한 축으로 기능해온 130년 전통의 지성의 전당인가 새삼 의심케할 정도입니다. 시위대와 졸업생의 '졸업증 반납 퍼포먼스'는 진위를 떠나 '학벌 이기주의'라는 손가락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도 곱씹어봐야할 것입니다. ?? 과거 농경사회는 7000년을 이어왔고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시작된 산업사회는 200년 넘게 지속됐습니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지식정보화 시대의 수명은 채 50년을 넘지 못했고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대한 지각 변동은 한국의 대학에 미래가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 이번주 중앙SUNDAY는 포켓몬 고 열풍을 가져온 '증강현실의 모든 것'을 집중 보도합니다.증강현실과 산업의 접목은 어디까지 왔으며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이 경쟁대열에서 대한민국의 좌표는 어디인지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또 평생교육대 설치에서 촉발된 이화여대 사태의 전말을 자세히 분석하고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이 무엇인지 정리하는 기사도 준비돼 있습니다.??? 제31회 리우 올림픽이 6일 오전 개막식과 함께 본격 개막됩니다. 현지에 파견된 본지 특별취재팀이 17일간의 열전 레이스의 생생하고 풍부한 소식을 여러분께 전해드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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