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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위험해!…웹툰·한드 속으로 들어간 그녀들

중앙일보 2016.08.05 01:20 종합 18면 지면보기
여기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TV드라마라는 그 자체가 가상인 세계, 다른 하나는 그 속의 또다른 가상 세계다. MBC 수목드라마 ‘W’, 해외 웹드라마 ‘드라마월드’는 두 세계의 만남을 통해 드라마란 익숙한 장르에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각각 인기 웹툰 작가의 딸이 웹툰 속으로, 한국드라마(이하 한드) 광팬인 젊은 서양 여성이 한드 속으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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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월드’의 한국드라마 광팬 클레어(리브 휴슨)는 ‘사랑의 맛’이란 드라마 속에 들어갔다가 악당 때문에 위기에 처한다. [넷플릭스·사진 MBC]

지난달 넷플릭스가 한국에 공개한 ‘드라마월드’는 한드에 빠져 살아 아버지의 걱정을 사는 클레어(리브 휴슨)가 주인공이다. 클레어는 ‘사랑의 맛’이란 드라마 속 세계에 어느날 직접 들어가 남녀주인공을 이어주는 조력자 역할을 맡는다. 클레어가 숙지할 이 세계, 즉 한드의 법칙으로 ‘드라마의 끝은 진정한 사랑의 키스’, ‘남자주인공(이하 남주)은 자신감·외모·약간의 오만함을 지녔으되 여자를 아끼는 신사’, ‘남주의 샤워장면은 필수’ 등이 제시된다.

MBC 판타지 드라마 ‘W’
아버지가 쓴 웹툰 남자주인공과 연애
로맨스·미스터리·스릴러 다 갖춰

넷플릭스 ‘드라마월드’
남자 샤워장면, 노래방, 김치싸대기…
한국드라마 특징 유쾌하게 버무려

노래방 장면도 빠질 수 없다. 악당이 이를 응용해 위기의 순간 노래방 기계를 켜자, 남주는 여자를 구하는 대신 자석에 끌린 듯 마이크를 잡는다. 아침드라마의 그 유명한 김치싸대기 장면을 비롯, 한드의 특징을 짐짓 진지한 연출로 극적 흐름 속에 매회 유쾌하게 녹여냈다.

해외시청자 평점도 상당히 높다. ‘드라마월드’는 미국 동영상 사이트 비키가 한국·중국·미국 제작사와 협업해 만들었다. 매회 15분 안팎, 총 10부다. 해외에는 비키를 통해 지난 4월 공개됐다. 비키는 전세계 이용자가 다양한 언어로 직접 자막을 번역해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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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에서 오연주(한효주)는 웹툰 주인공 강철(이종석)과 겪는 일이 저절로 웹툰에 그려지는 경험을 한다. [넷플릭스·사진 MBC]

‘W’는 한층 스케일이 크다. 종합병원 레지던트이기도 한 오연주(한효주 분)가 아버지가 연재 중인 웹툰 속에 들어가 주인공 강철(이종석 분)의 목숨을 거듭 구하더니, 이제는 자신이 웹툰 캐릭터라는 걸 깨달은 강철이 현실로 나오는 전개가 더해졌다.

가상세계 인물이 현실로 나오는 설정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지만, ‘W’는 이를 통해 풀어내려는 이야기가 풍부하다는 강점이 뚜렷하다.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죽이려는 웹툰 작가 오성무(김의성 분), 창조주를 거스르고 자신의 가족을 죽인 진범을 찾으려는 강철, 웹툰 팬으로 전부터 가상 인물 강철을 좋아해온 오연주 등 인물 사이의 긴장이 로맨스·미스터리·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로 결합된다.

새로운 세계의 법칙을 차근히 구축해온 것도 높이 살만하다. 앞서 오연주는 웹툰 세계에서 주인공인 강철과 자신에게 흐르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 현실로 돌아가려면 웹툰 연재 한 회분에 해당하는 종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등을 조금씩 눈치챈다. 고급매장에서 마음껏 옷을 고르라는 강철의 뺨을 느닷없이 때렸다가, 곧바로 키스를 했다가 하는 것도 이번 회를 끝내려는 시도다. 여느 드라마라면 부유한 남자의 과시적 호의에 여자가 반발하는 맥락일테지만 이 드라마, 아니 이 웹툰의 주인공 강철에게는 그야말로 “맥락없이” 벌어지는 일이다. 기존 드라마나 다른 스토리텔링 장르의 전형성을 이처럼 비틀고 차용하는 것도 이 드라마의 재미다.

시청률은 상승세다. 방송 첫주 10%(이하 닐슨코리아 조사)를 밑돌며 ‘함부로 애틋하게’에 이어 수목드라마 2위로 출발했다가 2주째부터 역전했다. 3주째인 3일 방송은 13.5%까지 올랐다.

드라마평론가 공희정씨는 “웹툰 속 세계를 일방적으로 차용하는 대신 두 세계를 병치시키는 접근방식과 소재가 신선하다”며 “대본·연출·연기의 3박자도 잘 맞아떨어졌다”고 평했다. 대본은 타임리프 소재로 ‘인현왕후의 남자’‘나인’ 등을 썼던 송재정 작가, 연출은 ‘그녀는 예뻤다’를 만들었던 정대윤 PD의 솜씨다.

공주대 영상학과 배진아 교수는 “여느 드라마가 1, 2회를 보면 누가 잘 되고 안 될지 대충 짐작되는 것과 달리 앞으로의 전개가 예측불허”라며 “판타지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가 혼재해 흡인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웹툰 일러스트, 이를 실사와 연결하는 CG(컴퓨터 그래픽) 등 시각효과에도 공을 들였다. 반(半)사전제작으로 전체 16부 중 대본·촬영이 현재 12회쯤까지 진행된 상태다. 중국의 텐센트를 비롯, 일본·태국·필리핀 등 해외 10여 곳에 선판매됐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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