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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F1’ 드론 레이싱 국제대회 휩쓰는 초등생

중앙일보 2016.08.05 01:09 종합 19면 지면보기
지난 1일 경기도 일산의 한 공터. 작은 드론(Drone·무인비행기)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돌면서 화려한 곡예 비행을 하고 있었다. 고글을 쓴 드론 조종사는 “드론을 회전시키면서 동시에 360도를 도는 ‘피루엣 플립’이란 기술인데 두바이 대회에서 보여줬더니 다른 선수들도 신기해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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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글을 벗자 생각보다 앳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최근 ‘하늘의 F1’으로 불리는 드론 레이싱 국제대회를 연이어 휩쓴 ‘천재 초등생 레이서’ 김민찬(12)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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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찬이는 “국내에 드론 레이싱이 많이 알려져 경쟁하는 친구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김경록 기자]

초등학교 6학년인 민찬이가 드론 조종을 배우기 시작한 건 지난 1월부터다. “공원에 갔다가 하늘을 나는 드론을 처음 봤어요. 재미있어 보여서 바로 아버지께 배우고 싶다고 졸랐죠.”

매일 6시간 훈련하는 천재 김민찬
세 살 때 무선조종 헬기에 눈뜬 뒤
드론 입문 두 달 만엔 최연소 우승
“체감 시속 200㎞ 넘어 짜릿짜릿
진짜 전투기 조종사 되는 게 꿈”


무선조종(RC) 헬기를 취미로 다루는 아버지 덕분에 세 살 때부터 RC 헬기 조종법을 배운 김군은 드론에도 금세 익숙해졌다. 그리곤 두 달 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월드 드론 프리(World Drone Prix) 2016’ 대회에 출전, 프리스타일(곡예비행) 부문에서 우승했다. 세계 톱 랭커들을 물리친 건 물론 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이었다. 상금으로 5만 달러(약 6000만원)를 받았다.

아버지 김재춘(52)씨는 “처음 RC헬기를 배울 때도 따로 가르쳐주지 않았는 데도 혼자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조종법을 터득했다”며 “이번에도 다른 선수들의 비행기술을 유심히 보더니 즉석에서 기술을 조합해 비행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김군은 지난달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드론 레이싱 대회 ‘아시아컵 상하이’에서도 55초56의 기록으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속도를 겨루는 ‘트랙레이스(Track Race)’ 종목에서도 곡예비행 못지 않은 압도적인 실력을 증명한 것이다.

드론 레이싱의 매력을 묻자 민찬이는 직접 느껴보라며 고글을 씌워줬다. 드론 본체에 FPV(영상 수신장치) 카메라가 달려 있어 조종사는 본체에서 고글로 전달되는 영상을 보면서 드론을 조종한다. 그가 조종하는 드론을 영상으로 보니 엄청난 속도감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레이싱을 할 때는 드론이 낼 수 있는 최고속도인 시속 150㎞로 비행을 하는데 체감하는 속도는 시속 200㎞가 넘어요. 실제 파일럿이 된 것처럼 짜릿짜릿하죠.”

남들은 천재라고 부르지만 민찬이는 지독한 노력파이기도 하다. 요즘도 6일과 7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는 ‘GiGA 드론레이싱 월드 마스터즈’ 출전을 위해 매일 5~6시간씩 훈련을 한다. 마땅한 비행 훈련장이 없어 공터에 레이싱코스를 만들어 놓고 연습을 하고 있다.

민찬이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세계대회인 만큼 꼭 챔피언이 되고 싶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에도 드론 레이싱이 많이 알려져 같이 경쟁하는 또래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성적이 상위권인 민찬이는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서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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