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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코렌터가 살길이다

중앙일보 2016.08.05 00:33 종합 2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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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돌이켜보면 2000년대 초반은 호(好)시절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 말이다.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같은 비판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세계무역이 급팽창했다. 2008년까지 연평균 15%씩 늘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최근 4년간 세계 무역은 외려 줄었다(연평균 -2%). 호시절은 중국 덕분이 컸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원재료와 중간재는 중국으로 실어 갔고,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과 유럽으로 다시 이동했다.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조선과 해운이 대박 났다. 건조와 운송 능력이 있는 데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나라가 특히 좋았다. 현대미포조선 주가가 단적인 예다. 2002년 2760원에서 2007년 40만원으로 150배나 올랐다. 1억원 투자했으면 5년여 만에 150억원으로 불었다는 계산이다. 종합주가지수도 급등했다. 2001년 479에서 2007년 2000을 뚫었다.

브렉시트, 미국 보호주의, 중국 성장 지체 한꺼번에 닥친다
자유무역 옹호하며 서비스산업 수출화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그랬던 우리 경제가 지금은 만성적인 저성장이다. 2012년부터 4년 연속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고 있다.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수출 둔화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2012년부터 수출 증가율은 급락했다. 올 상반기는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9.9%). 이렇게 된 원인 중 하나는 세계 무역의 침체다. 2012년부터 정체다. 지난해는 무려 12%나 줄었다. 또 하나는 중국의 중(中)성장 탓이다. 대중(對中) 수출이 2014년부터 급감한 이유다. 올 상반기는 총 수출 감소(-9.9%)보다 대중 수출이 더 줄었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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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이런 상황에서 세 가지 악재가 겹쳤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첫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 둘째는 다음 정권의 미국은 보호무역 색채를 강하게 띤다는 것, 셋째는 중국의 소비 중심 성장 전략의 가속화다. 이 세 가지가 침체된 세계 무역과 우리 수출을 더욱 위축시킬 게다.

왜 그럴까? 브렉시트는 중장기적이고 간접적인 측면이 많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 브렉시트로 EU 경제가 더 나빠지고, 이것이 대(對)EU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의 타격으로 이어지면 세계 무역과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는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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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IMF·무역협회·생산성본부

반면 미국 요인은 즉각적이고 직접적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신(新)고립주의와 반(反)세계화는 강화된다. 자유무역협정(FTA)은 퇴물이 되고, 수입 장벽은 강화되며, 무역 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대미 수출이 타격받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대단히 위협적이다. 수출이 주는데도 무역흑자는 사상 최고 수준이라서다. 환율을 조작하지 않는다는 설명의 설득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중국 요인도 직접적인 타격이다. 2000년대 초반의 영광은커녕 지금 수준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0년까지 중국 수출은 매년 50억 달러 줄어든다. 가만히 있어도 대중 수출이 매년 3~4% 줄어든다는 얘기다. 왜냐? 대중 수출의 90% 이상이 중간재나 자본재라서다. 소비재를 원하는 중국에 우리는 자본재를 들이밀고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중국이 장차 좋아져도 우리 수출은 늘기 어렵다. 소비재나 여행·성형·헬스 등으로 수출 주력 품목을 옮겨야 하는 까닭이다.

자, 이제 결론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한 건 우리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세계화 시스템에서 이탈(exit)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자유무역 체제에 들어가 있어야(enter) 한다. 일각에선 이를 영국의 이탈(Brexit)과 대비해 한국의 세계화 잔류(코렌터·Korenter)라 표현한다. 남은 문제는 미국의 신고립주의와 중국의 성장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을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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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IMF·무역협회·생산성본부

서비스산업의 수출화가 한 가지 해답이다. 우리의 서비스산업은 매우 낙후돼 있다.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생산성이 독일·프랑스 등은 80~90%인 데 반해 우리는 46%밖에 안 된다<그림 참조>. 서비스 수출 역시 미미하다.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지만 우리는 겨우 7% 남짓이라고 한다. 그러니 서비스수지가 만성 적자다. 하지만 이게 미국의 위협과 대중 수출 부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육성 초창기에는 서비스 적자가 늘면서 환율조작국 지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중국의 소비 중심 전략에도 적극 올라탈 수 있다.

서비스의 수출산업화는 우리 경제 발전 단계에도 맞다. 경제가 성숙해지면 제조업은 쇠퇴하기 마련이다. 선진국들은 이를 서비스산업의 성장과 수출로 메웠다. 게다가 서비스업은 일자리 창출 능력도 탁월하니 금상첨화다. 제조업이 꽉 막힌 지금, 새로운 성장축을 서비스업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구조개혁의 첫 번째 실마리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우리 현실은 정반대다. 서비스산업 발전기본법은 연거푸 물먹었고, 교육과 의료 등 서비스시장의 개방은 꽉 막혀 있다. 서로 다른 이념과 이해관계 때문이라지만 내가 보기엔 정치의 실패 탓이 가장 크다.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 기능은 총체적으로 상실됐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던 일본의 민낯이 이러했다. 일본이든 우리든 정치가 늘 문제다.

김영욱 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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