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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험한 산길, 위험한 눈길 오직 견뎌라

중앙일보 2016.08.05 00:01 경제 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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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1국> ●·커제 9단 ○·스웨 9단

9보(113~127)=손이 바쁘다. 둘 곳이 너무 많다. 지금 스웨의 처지가 그러하다는 얘기다. 14로 밀어 중앙이 제법 두툼해지면서 새로운 희망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언제고 기회가 생겨 먼저 백A로 젖힐 수만 있다면 예상에 없던 눈밭이 생기고 형세도 다시 가늠해 봐야 할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을 텐데, 도무지 손을 돌릴 여유가 없다. 당장 하변 백의 사활이 문제다. 흑▲(실전111) 때 패를 각오하고 중앙 백△(실전 112)로 젖혔기 때문에 그나마 이런 희망이라도 품게 됐으니 자책할 일도 아니다.

19는 정수. 아마추어 중급자라면 패를 하지 않고 잡을 수 있다고 ‘참고도’ 흑1로 치중하는 멋을 부릴지도 모르겠는데 그랬다가는 백2, 흑3 다음 백4, 6을 선수하고 백8로 사는 수단이 있어 낭패다. 결국, 25로 따내 패의 공방이 됐다. 흑은 작은 대가만 얻어도 만족이지만 백은 하변 대마의 사활이 걸려있으니 반드시 이겨야 한다.

스웨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즐겨 읽는다는 『채근담(菜根譚)』에는 이런 말이 있다. “산에 오를 때는 비탈길을 견디고 눈을 밟을 때는 위험한 다리를 견뎌라.” 험난한 세상사 오직 견디는 의지로 심신을 지탱하라는 의미. 승부도 그렇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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