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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떠나 보낸 현정은 회장…‘엘리베이터’ 중심 사업 재정비

중앙일보 2016.08.05 00:01 경제 4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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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조용하고 차분한 추모식이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아산 직원 100여명은 4일 오전 9시30분부터 경기 하남시 창우동 선영에서 고 정몽헌 회장의 13주기 추모제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5일자로 그룹에서 완전 분리되는 현대상선의 이백훈 사장 등 팀장급 이상 직원 40여명도 참석했다.

현 회장은 2013년과 2014년 추모일에 북한을 방문했지만 지난해에는 현대아산 직원들만 금강산 현지에서 추모제를 지냈다. 올해는 경색된 남북관계 탓에 방북 신청은 하지 않았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현 회장은 추도식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현대그룹을 떠나는 현대상선 직원들의 마지막 추도식 참여라 일부 직원들은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5일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위한 신주상장이 완료되면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돼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된다.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지난 3월 말 500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은 200%대로 떨어진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분리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클린기업으로 재탄생한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현 회장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1985년 현 회장의 부친인 고 현영원 전 회장이 설립한 신한해운과 합병한 이후 현대그룹 내 핵심계열사로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2003년 세상을 떠난 정 전 회장이 비상임이사로 마지막까지 몸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은 현대상선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았다. 지난 3월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았고,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자신의 현대상선 주식을 7분의 1로 감자하기도 했다. 또 22개 용선주를 상대로 진행한 용선료 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자 영국 선주 조디악의 예얄 오퍼 회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나는 물러나지만 현대상선을 꼭 좀 도와달라”고 간절함을 호소해 선주들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냈다.

한 때 재계 서열 1위에 이름을 올렸던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빠지면 자산 2조7000억원대의 중견그룹이 된다. 현 회장 측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재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1조4487억원, 영업이익 1565억원을 낸 현대엘리베이터가 중심이다. 최근 5년간 평균 시장 점유율이 44%로 국내 1위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 3월 장병우 사장이 취임하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2020년까지 3조원 매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남북관광산업 중단 후 위기에 처한 현대아산은 최근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탄산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건설·토목 분야에서도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정보기술(IT)서비스업체 현대유엔아이도 매년 1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 내며 분투 중이다.

재계에서는 남북관계 경색이 풀려야 현대그룹의 부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선 신사업 진출을 통해 현대아산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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