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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편법 절세 의혹 ‘우병우식 가족회사’…쉽지않은 해법 찾기

중앙일보 2016.08.05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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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현
경제부문 기자

고위층의 절세 수단으로 ‘가족회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편법 절세 논란이 불거지면 서다. 가족회사는 친족 등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주식 대부분을 소유한 회사를 말한다. 우 수석은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100% 지분을 가진 ‘정강’이라는 회사를 통해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세금을 아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민주, 15%포인트 징벌적 세율
국민 감정에 기댄 정책 ‘무리수’
“직원 없는 법인은 개인 간주해야”
전문가 “촘촘한 법망 마련 바람직”


직원이 없어 급여지출 비용이 ‘0’이지만 정강은 엄연한 법인이다. 그래서 정강을 통해 투자한 뒤 벌어들인 소득에는 6.45%의 세율이 적용된다. 개인이 아닌 회사의 소득이라는 이유로 법인세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 규모가 작아 중소기업 회계특례 혜택도 누릴 수 있었다. 개인 자격이라면 종합소득세를 적용받아 최고 38%의 누진세율이 부과될 수 있다. 사실상 회사 기능을 하지 않는 이런 기업에 세율이 낮은 법인세를 매기는 것에 대해 일반인이 수긍하기 쉽지 않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족회사를 통한 편법 절세는 전형적인 부자들의 탈세 방법으로 역외 탈세를 위한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설립만큼이나 나쁘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가족 기업을 활용하는 걸 법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그런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부자들 입장에서는 재테크를 위한 ‘관행’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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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당은 지난 2일 가족회사를 통한 절세를 막겠다며 소위 ‘우병우 방지법’을 내놨다. 주주가 가족 및 특수관계인으로만 이뤄진 법인을 자산 소득 절감 목적으로 운영하면 법인세를 15%포인트 추가 과세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세법 개정안을 뜯어보면 무리한 측면이 많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평가다. 법인세는 회사의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인데 법인의 목적만 갖고 징벌적인 세율을 부과하는 건 법인세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법인의 목적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세세히 법적으로 따지지 않고 국민 감정에 기댄 정책으로 보인다”며 “실제 시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법의 취지까지 헐뜯을 수는 없다. 사회 지도층의 탈세 의혹에 법이 무력하다면 ‘유리지갑’ 노릇을 하는 서민들이 느낄 허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대로 방치해선 곤란하다. 국민 정서를 활용한 즉흥적인 대응보다는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법망을 좀 더 촘촘히 마련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안창남 교수는 “상법상 법인이라도 실제 회사 역할을 하지 않으면 세법상 개인으로 판단해 세율이 더 높은 종합소득세를 적용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걸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남현 경제부문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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