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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돼도 사람이 없어요…매년 뛰는 마늘값

중앙일보 2016.08.05 00:01 경제 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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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가격이 평년 수준의 2배로 뛰는데도 농민들은 재배 면적을 늘리지 않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높은 인건비 등이 이유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 사도 주민들이 들에서 마늘을 심고 있다. [사도=양광삼 기자]

“돈도 돈이지만 마늘 농사는 너무 힘들어. 3300㎡(약 1000평) 줄일 거야.”

마늘값의 경제학
농촌 고령화로 재배량 줄고
기계로 심으면 상품성 떨어져
외국산 늘리기 국내 농가 반발
“일 쉽게 밭 정비, 종자 개량을”

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1리. 2만6500여㎡ 밭에서 25년간 마늘 농사를 지어온 김대진(70)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밭에서 마늘을 수확하는 데 하루 25~30명의 일손이 필요하다”며 “1인당 7만원이 넘는 인건비도 문제지만 매년 사람을 구하는 데 애를 먹어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올해 대정읍 전체 마늘 생산량은 2만5000여t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5000t가량 줄었다. 수확기인 5~6월을 앞두고 내린 잦은 비로 ‘무름병’이 번진 탓이다. 대신 ㎏당 수매가는 지난해 2500원에서 4200원으로 올랐다. 그래도 김씨의 결정은 변함이 없다. 김씨는 “좀 있으면 내년 수확을 위한 종자 심기에 들어가야 하는데 노인 둘이 다 할 수 없다”며 “이번에도 일손을 제대로 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재현 대정농협 유통센터 경제과장은 “대정읍에서는 10년 전만 해도 1700여 농가가 마늘을 재배했는데 고령화와 일손 부족 등으로 지금은 1200여 농가만 마늘을 경작한다”고 했다.

같은 날 전남 무안군 현경면 외반리. 30년 넘게 마늘을 재배한 송봉섭(65)씨는 “10여 년 전만 해도 마을에서 두세 농가 빼고는 모두 마늘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다들 나이를 먹어 상대적으로 투자비용이 적고 일하기 수월한 양파를 더 많이 재배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 전체 86가구 가운데 마늘 재배 농가는 25가구뿐이다. 이마저도 해마다 주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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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 따르면 3일 서울 도매시장에서 마늘 10㎏(난지형 기준)이 6만2000원에 팔렸다. 1년 전(5만5000원)보다 7000원(12.7%)이나 뛰었다. 평년(최근 5년 평균) 가격 3만3867원과 비교하면 두 배다. 7월 들어 햇마늘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지만 가격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소비자가격이 많이 오른(전년 동월 대비) 채소 1~5위는 파·무·양파·마늘·배추였다. 올해 7월은 상추·열무·마늘·오이·호박 순이다. 마늘만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값이 많이 오른 채소 ‘톱5’에 들었다.

기후나 작황 문제로 특정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 보통 다음해엔 가격이 내려간다. 해당 작목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되고 수익을 노린 농가에서도 재배를 늘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란’이라고 할 만큼 치솟았던 양파 값이 올 들어 안정을 찾은 이유다. 올해 양파 재배 면적은 지난해에 비해 10.4%(1만8015㏊→1만9891㏊) 늘었다. 하지만 마늘만 이런 수요와 공급 원리에서 비켜나 있다. 1990년대 4만6000㏊에 달했던 마늘 재배 면적은 현재 2만㏊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마늘 값이 폭등했는데도 마늘 재배 면적은 올해 2만758㏊로 전년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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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여러 가지다. 따뜻한 남부 지역에서 주로 키우는 난지형 마늘은 기계로 심으면 줄기 모양이 비뚤게 나는 경우가 많다. 농민과 중간도매상은 이런 마늘의 상품성을 낮게 친다. 고흥·무안·해남 같은 전남 마늘 주산지의 논밭 두둑 폭은 180㎝에서 최대 3m로 다른 지역에 비해 넓다. 이 지역은 황토밭이라 흙이 딱딱하고 경사진 곳도 많다. 마늘을 심고 뽑는 기계를 들여놓고 작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전국 마늘 농가의 86%가 재배 면적(가구당)이 0.3㏊ 미만으로 영세하고 고령 농가가 대부분인 점도 기계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다른 채소류에 비해 비싼 씨마늘(종구) 가격과 복잡한 유통 단계도 문제다. 권영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은 “마늘은 밭작물 중에서도 손이 많이 가고 기계화도 어려운 작물로 꼽힌다.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높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가격이 오르더라도 재배 면적을 늘리지 않거나 아예 재배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마늘 수요는 연간 30만t 안팎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요리에 마늘이 빠지지 않고 한국인의 마늘 사랑도 유난한 덕분이다.

무작정 수입을 늘려 국내 마늘 가격을 안정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 마늘 농가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신선마늘에 대해 연간 1만4500t 규모로 저율관세할당(TRQ)을 적용하고 있다. 1만4000t만큼만 50% 관세로 수입할 수 있고 그 이상에는 360% 고율의 관세가 붙는다. 최근 마늘 값이 치솟자 정부는 TRQ 물량 한도를 연간 3만6000t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국내 마늘 농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송성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양념채소관측팀장은 “기계화를 위한 밭 기반 정비가 우선돼야 하고 한국에 맞는 기계 개발, 생산성이 좋고 저렴한 종자 개량·보급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무안=김준희 기자 newear@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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