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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스타트렉 비욘드' 존 조가 SNS를 달군 '존 조 놀이 열풍'에 대해 말하다

중앙일보 2016.08.05 00:01
배우 존 조(44)에게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원제 Star Trek Beyond, 8월 18일 개봉, 저스틴 린 감독)는 특별하다.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연출한 리부트 시리즈 ‘스타트렉:더 비기닝’(2009, 이하 ‘더 비기닝’)과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에 이어 세 번째 출연으로,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연기하는 엔터프라이즈호의 일등 항해사 술루 캐릭터의 비중이 대폭 늘어나기도 했지만,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술루가 게이였다는 설정이 드러나며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다양성 논란과 관련,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의 대표격인 존 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던 참이다. 이 영화 개봉에 맞춰 미국 LA 인근 베벌리힐스에서 이틀에 걸쳐 존 조를 직접 만나 여러 이슈에 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그는 지난 5월 SNS를 뜨겁게 달궜던 ‘존 조 주연 놀이(#StarringJohnCho·할리우드 영화 포스터에 존 조의 얼굴을 합성해 공유하는 문화 현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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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조. 사진 중앙포토


-이번 영화는 전작 두 편에 비해 인물 간의 호흡이 더욱 돋보인다. 술루 역시 훨씬 매력적이다.

'존 조 놀이' 열풍? 다양성 논쟁은 계속돼야 한다


“주요 캐릭터들의 관계에 더 치중한 스토리라 그런 것 같다. 은하계를 지킨다는 거창한 목표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애쓰는 모습이 관객의 공감을 사는 듯하다. ‘더 비기닝’부터 스코티 역으로 함께해 온 사이먼 페그가 각본을 쓴 덕도 있다. 서로 무척 친해, 각 캐릭터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상황을 기가 막히게 만들어 줬다. 술루의 가족을 등장시킨 것도 관객이 술루에게 더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저스틴 린 감독과는 2002년 ‘베터 럭 투모로우’ 이후 14년 만에 재회했다.


“저예산 인디영화로 시작한 린 감독과 내가, 이렇게 스케일이 큰 영화를 통해 다시 만났다는 게 놀랍다. 물론 그 사이 린 감독은 나보다 훨씬 성공했지만, 둘 다 모든 역경을 이겨 내며 버티고 성장해 여기까지 왔다는 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리부트 시리즈 1·2편을 연출한 J J 에이브럼스 감독과 린 감독을 비교한다면.


“아주 다르다. 에이브럼스 감독은 굉장히 외향적이다. 그는 언제나 촬영 현장의 최고 스타다. 반면 린 감독은 뒷자리에 있는 걸 즐기고,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스타일이다. 카메라 워킹에 있어서는 따를 자가 없는 천재이기도 하다. 에이브럼스 감독보다 ‘스타트렉’ 시리즈(1979~)에 대한 ‘팬심’도 큰 것 같다. 물론 두 감독 모두 창의력이나 일에 대한 열정, 자신감, 몰입도는 최고다.”

-한인 작가 더그 정이 사이먼 페그와 함께 각본 작업에 참여했는데.


“더그 정 작가와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났는데, 정말 친한 사이가 됐다. 같은 한국인이다 보니 다른 아시안 아메리칸들보다 더 깊은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대부분의 현장에서 아시안은 나 혼자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린 감독과 정 작가와 함께였다. 셋이 하나가 되어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데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쁨을 느꼈다.”

-더그 정 작가와는 동성 부부 연기까지 소화했다.

“술루가 게이라는 건 페그가 각본 작업 초기에 미리 귀띔해 줘 알고 있었다. 페그에게 술루의 배우자를 아시안 남성으로 설정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게이 캐릭터를 연기할 아시안 배우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촬영지가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라 더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정 작가였다. 전문 연기자가 아니라 약간의 코칭이 필요했지만, 썩 잘 해냈다.”

-술루가 게이라는 사실은 시리즈 전체에서 처음으로 밝혀지는 내용이다.

“다른 시대로 설정돼 있긴 하지만, 오리지널 ‘스타트렉’ 시리즈에서 조지 다케이가 연기한 술루는 이성애자인 걸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소설 버전에는, 술루가 여성과 아이를 낳았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가 리부트한 ‘스타트렉’의 세계에서는 술루가 처음부터 게이였다는 설정이고, 이번에야 그 사실이 소개됐을 뿐이다. 다른 ‘스타트렉’ 이야기에서 술루가 이성애자였다는 사실 때문에, 혹시라도 성(性) 정체성이 선택의 문제인 것처럼 받아들여질까 잠시 우려하기도 했다. 또 아시안 남성을 여성화해 희화화시키는 할리우드의 못된 관습을 반복하는 인상을 줄까 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별 문제없이 묘사된 것 같아 다행이다.”

-요즘 할리우드에서는 인종 다양성에 관한 논쟁이 뜨겁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로서 이를 지켜보는 느낌이 어떤가.


“복합적 감정이 든다. 이런 논쟁이 있을 때마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발전해 왔는가’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상황이 훨씬 좋아지고 있어 기쁘면서도,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가 이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어서 빨리 이런 논쟁이 필요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지만, 그날이 오기까지는 논쟁이 계속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한다. 우린 아직 충분히 분노하지도 않았고, 필요한 걸 요구하지도 않는다. 어지간해선 나서지 않으려는 아시안 특유의 문화적·정서적 이유도 있다. 나 역시 부당한 일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데 아직 익숙지 않다. 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있다. 비단 할리우드만의 문제도 아니다. 학교나 직장 등 모든 일상 속에서 부당한 처우엔 반대하고 원하는 바를 당당히 외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화 속 아시안의 지위는, 크게 보면 현대 사회 속 우리의 위치를 반영하는 척도다. 할리우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함께 노력해 세상을 바꿔 나갔으면 좋겠다.”

-같은 맥락에서, ‘존 조 주연 놀이’를 어떻게 바라보나.


“처음엔 약간 황당하고 겁이 나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나를 동정하는 건가. 난 꽤 잘해 온 것 같은데…’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곧 이게 ‘나’에 관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난 그저 창구가 됐을 뿐이고, 이를 통해 건전한 토론이 시작될 수 있었단 사실에 기쁘고 감사했다. 물론 그 방식 또한 아주 영리하고 재미있어 기분도 좋았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인 배우가 많이 늘었다. 그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지.


“물론이다. 배우, 저널리스트, 정치인 등 전방위에서 활약하는 한인들에게 늘 관심을 갖고 있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미 당시 백악관 만찬에 초대된 적 있었는데, 반기문 UN(United Nations·국제연합)사무총장을 비롯해 그 자리에 모인 많은 사람이 나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한인들끼리 서로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건 정말 뿌듯한 일 아닌가.”


글=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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