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택희의 맛따라기] 해장국 재료상 40년 비법…24시간 해장국집 신흥 강자로

중앙일보 2016.08.05 00:01
기사 이미지

대표 메뉴 양·선지해장국은 뒤적여보면 양과 선지가 정말 푸짐하게 들어갔다. 국물이 좀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기사 이미지
24시간 해장국집은 술꾼들의 옹달샘이다. 경험의 범위 안에서 보면, 서울에서 그런 음식점은 강북의 청진옥(종로구 종로19 르메이에르종로타운1/전화 02-735-1690)과 강남의 강남따로국밥(서초구 신반포로47길 119/전화 02-543-2527)이 양강(兩强)이다. 1937년 노점 좌판으로 개업한 청진옥은 선지·내포 해장국으로 80년 역사를 헤아리는 한국 상업 해장국집의 원조다. 1980년대 초 문을 연 강남따로국밥은 사골·양지 육수에 선지와 콩나물·무·대파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소고기국밥 단일메뉴로 강남 술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완고하던 2강 체제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강남에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다. 삼성역 1번 출구 근처에 지난 3월 3일 문을 연 ‘중앙해장’(서울 강남구 영동대로86길 17 육인빌딩 1층/전화 02-558-7905)이다. 동시에 150명이 식사할 수 있는 넓은 식당의 대표 메뉴는 양·선지해장국(8000원), 양지·내장탕(1만2000원), 우족탕(1만7000원). 문 연 첫날 400명의 손님이 왔다고 한다. 이후 매일 500~600명의 손님이 드나든다. 5개월 만에 어떻게 이토록 확고한 입지를 다졌을까. 굳건한 뿌리 없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식당 주인이자 주방 책임자 이근택(62)씨가 비밀의 주인공이다.
 
기사 이미지

식당의 널찍한 내부. 홀만 150평으로 15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다.

그는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한우 부산물을 취급하는 ‘중앙축산’(서울 성동구 마장로37길 51-1/전화 02-2295-9224) 대표이기도 하다. 1980년 창업해 부인 김미경(58)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부인 명함을 보면 ‘해장국집 납품 전문’ 업체다. 아내는 점포를 지키고, 남편은 마케팅을 했다. 해장국 끓이는 기술을 전수해주며 납품처를 늘렸다. 그러기 위해 끊임 없이 밖에서 먹어 보고, 집에서는 끓여 보며 해장국 실험을 거듭했다. 거의 날마다 집에서 해장국이나 곰탕을 끓였다고 한다. 음식점을 한 건 아니지만 이래 저래 요리 경력이 40년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1978년 군에서 제대할 때까지 18개월 동안 GP 수색대 소대원들 밥을 해주는 일로부터 시작했다.
 

40년 동안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맛없다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1960년부터 마장동에 살았는데 아버지도 고기 다루는 일을 했습니다. 가업을 물려받은 셈이죠. 아버지에게 배우고, 내가 터득하고, 두 형제도 고기 사업을 하다 보니 고기의 특성과 부위별로 어떻게 조리해야 가장 맛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그의 솜씨는 1987년 재료를 대기 시작한, 경기도 양평의 유명한 해장국집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도권 40여 곳에 재료를 공급하고 끓이는 방법도 알려줬다. 그가 알려준 대로 한 집은 거의 다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느 날 아들이 말했다. “남 잘되는 데만 공 들이지 말고 우리도 하자”고. 직장이 있던 삼성동 근처에 자리까지 알아보고 손을 잡아 끌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조심스러웠다. 개업을 준비하면서 강남의 유명하다는 해장국집들을 다 다니며 먹어봤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란다. 그제서야 마음이 움직였다. 오래 갈고 닦은 비법이 있고, 공급상이니 신선한 재료를 남보다 값싸게 쓸 수 있어 조건은 유리했다. 그 덕에 이 집 음식은 고기 건지가 무척 많다. 너무 많지 않나, 국물이 좀 모자라지 않나 싶을 정도다.
기사 이미지

삶는 소 족을 저으면서 상태를 관찰하는 ‘오너셰프’ 이근택씨.

기사 이미지

몇 가지 국물을 섞은 해장국 유수를 달이고 있다. 간장 색이 돌 때까지 뭉근히 달궈야한다.

기사 이미지

양지곰탕, 또는 내장탕 국물의 일부로 쓸 양지 육수를 냉장하기 전에 식히고 있다.

해장국은 양지 육수에 된장 넣고 시래기 삶은 물을 섞어 긴 시간 달인 국물에 삶은 양·선지, 시래기·콩나물을 넣고 뚝배기에 끓인다. 양·선지는 당일 도축한 소에서 나온 걸 당일 삶아 쓴다. 콩나물은 짧은 5일짜리, 시래기는 강원도 양구산을 쓴다. 7~8일짜리 콩나물이 양 많고 값도 싸지만 해장국용으론 맞지 않는다고 한다. 식당 곳곳에는 ‘해장국 맛있게 드시는 방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절인 고추 한 스푼과 고추기름을 넣으시고 고기를 겨자소스에 찍어서 드시면 더욱 맛있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기사 이미지

대표 메뉴 양·선지해장국은 뒤적여보면 양과 선지가 정말 푸짐하게 들어갔다. 국물이 좀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소식을 듣고 처음 갔을 땐 점심시간을 비껴 혼자 구석에 앉아 해장국을 먹어봤다. 맛이 맑고 깔끔하다. 사람에 따라 맛이 좀 옅다고 할 수도 있겠다. 엄청 많이 들어간 양은 부드럽고, 선지는 신선한 걸 잘 삶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력이 보였다.

여기 저기 물어 배경 취재를 해놓고 열흘쯤 뒤에 첫 대면한 이씨는 맛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삶고 달이는 거 모두 시간이 중요해요. 고기든 나물이든 재료가 같으면 삶는 시간이 맛을 결정하거든요. 국물도 배합 비율과 농도, 그리고 끓이는 시간이죠.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고 실패하면서 얻은 결론입니다.”

기사 이미지

양지·내장탕 국물은 사골·갈비·우족을 따로 곤 국물을 섞어 다시 끓인 24시간 작업 곰국이다. 양지와 네 가지 내포가 건지로 들어갔는데 건져 먹다 보면 국물이 식을 정도로 양이 많다.

이 날도 오후 3시에 찾아갔다. 양지·내장탕을 먹어봤다. 국물이 아주 고급스럽다. 잡내 없이 진한 곰국이다. 먹어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사골·갈비뼈·족을 곤 국물을 섞어서 다시 끓인 곰국이다. 전 과정은 24시간이 걸린다. 내장 삶은 국물을 쓰는 곳도 있지만 이 집은 쓰지 않는다고 한다. 곰국에 양지살과 대창·홍창(소의 네 위 중 마지막 부분)·새끼보·식도 부위가 뚝배기에 가득 들어간다. 고기의 부드러운 식감이 원재료의 상태를 대변하는 듯했다. 이씨가 다시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양지수육(3만8000원)

기사 이미지

곱창천골(4만9000원)

기사 이미지

우족탕(1만7000원)

잡내가 나지 않는 것은 선선한 재료를 잘 씻으면 다 그렇습니다. 흔히 말하는 비법이나 특별한 양념은 없습니다. 원재료가 웬만한 집과 다릅니다. 오늘 잡은 소에서 나온 내장을 오늘 삶아 씁니다. 음식이라는 게 세월이 가도, 한 그릇을 먹으면서도, 첫 맛과 끝 맛이 똑같아야 합니다. 포장해 집에 가서 데워 먹어도 똑같아야 합니다. 그런 음식을 만들어야 진짜 기술자입니다. 재료의 신선도가 그걸 좌우합니다.”


그는 원재료·진심·정직을 거듭 강조했다. 한 시간 남짓 대화를 하면서 ‘정직’이라는 말을 열 번 넘게 했다.
기사 이미지

배추김치

기사 이미지

무김치

나는 이날 가족에게 먹이고 싶어 해장국·내장탕을 하나씩 포장해서 나왔다. 며칠 뒤 집안 어른 생신이라 그 근처에서 식사를 모셨다. 귀로에 해장국과 냉장탕 한 그릇씩 포장(포장 비용 1000원씩 별도)해서 차에 실어 드렸다.

 굳이 흠을 찾자면 김치 맛이 고르지 못한 게 옥에 티다. 예약하면 저녁엔 한우 1++ 안창살·살치살·치맛살·갈빗살 등 특수부위 구이도 먹을 수 있다.
 

<다음주 8월 12일 '이택희의 맛따라기'는 쉽니다>
기사 이미지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