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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마을 '파리떼 습격' 이유 있었네

중앙일보 2016.08.0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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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 향남읍 안석리 마을에서 잡힌 파리떼 [사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안석리 마을주민들은 지난 6월쯤부터 ‘파리떼 습격’을 받았다. 파리잡이용 끈끈이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파리 성충 수십~수백 마리가 들러붙었다. 음식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어느 순간 새까만 파리떼로 뒤덮일 정도였다. 살충제 등으로 방역을 해도 그때뿐이었다. 창문도 열지 못하고 생활하는 답답한 날이 일상이 됐다.

파리떼의 습격은 속이 울렁거릴 정도의 악취와 함께 시작됐다. 이 지역 50여 가구 주민들은 이미 악취로 빨래도 집 밖에 널지 못할 정도였다. 악취가 옷에 배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해도 소용없었다.

파리떼·악취의 원인으로는 안석리와 이웃한 화성시 남양읍 활초리 비닐하우스가 지목됐다. 길이 30m 크기의 비닐하우스 9개 동은 주민들에게 지렁이 양식장으로 알려졌다. 지렁이 양식장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썩는 듯한 악취가 풍겨져 나왔다. 가까운 민가는 5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안석리 김풍해(54) 이장은 “벽 한쪽이 시커멀 정도로 파리떼가 마을로 날아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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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를 쌓아놓은 화성시 팔탄면 서근리 농장 [사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하지만 검찰과 지자체의 합동단속 결과 이 지렁이 양식장은 눈속임용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지역 식당에서 수거해온 음식물쓰레기를 쌓아놓은 일종의 창고였던 것이다. 화성시 팔탄면 서근리 돼지·닭 농장도 이와 사정이 비슷하다. 소규모 공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는 서근리 지역 역시 악취피해를 호소했는데 해당 농장으로 다량의 음식물쓰레기가 반입됐던 거였다. 가축들은 오염된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먹은 후 대부분 폐사했다.

폐기물 재활용업의 허가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데 가축사료 명목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해오면 신고만으로도 가능하다. 무허가 폐기물 재활용 업자 A씨(61)는 이 같은 점을 노렸다. A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수도권 내 음식점으로부터 1t당 13만원을 받고 반입한 음식물쓰레기는 5700t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중 2700t은 무허가 폐기물 처리업 또는 개 사육시설 등지로 1t당 4만~8만5000원의 처리비용을 주고 처리했다고 한다. 나머지는 무단으로 버리거나 지렁이 양식장 등에 쌓아놨다.

파리떼 습격·악취 등 피해 외에도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온 침출수로 주변 토지도 오염됐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의 침출수 오염도 측정결과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715㎎/ℓ·부유물질(SS)은 253.3㎎/ℓ였다. 가축분뇨 및 폐수배출 기준치(BOD 120㎎/ℓ·SS 120㎎/ℓ)를 훨씬 초과한 수치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기소하고, B씨(52)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구속기소된 A씨 가족 등이 이달 안으로 농장 등에 쌓아놓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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