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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 모기 퇴치약은 브라질 군용 젤?

중앙일보 2016.08.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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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군에서 개발해 사용중인 모기 퇴치용 젤 제품. [사진 뉴욕타임스]

오는 6일(한국시간) 개막하는 리우 올림픽의 최대 걸림돌은 뭘까. 불안한 치안? 인프라 부족? 아마도 제일 많이 나오는 대답은 '지카(Zika) 바이러스'일 것이다. 모기가 매개체인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신생아의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브라질에서 시작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된 바 있다. 미국의 농구 대표팀은 모기를 피하려 '선상(船上) 선수촌'을 띄웠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골프 스타들이 지카를 이유로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그런데 지카의 출발점인 모기를 피할 수 있는 숨겨진 '특효약'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브라질 군인들만 사용하는 조그마한 젤이 그 주인공이다.

'레펠렌테 젤'로 명명된 제품은 말라리아·뎅기열 같은 열대성 질병을 막기 위해 브라질 군 연구소에서 특별히 제작했다. '군용' 제품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회록색(greenish-gray) 튜브에 꽃 향기가 나는 끈적끈적한 젤이 담긴 형태다. 젤의 주된 원료는 디에틸톨루마이드(DEET)로 과학자들이 모기 퇴치에 가장 효과적인 화학물질이라고 평가하는 성분이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모기 퇴치제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 군 당국은 DEET가 얼마나 많이 함유됐는지, 추가적인 모기 퇴치 성분이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브라질 군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모기 퇴치용 젤을 많이 사용해왔다. 2010년 브라질군이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됐던 아이티를 방문했던 랜달 아치볼드 NYT 기자는 "모기를 피해라고 당신에게 주는 것"이라며 군용 젤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피부에 듬뿍 발랐더니 알레르기 반응은 전혀 없었고, 모기는 몇 시간 동안 접근하지 않았다. 귀 옆에서 앵앵거리는 소리도 전혀 없었다. 당연히 모기에게 물리는 일도 사라졌다. 그는 이를 두고 '기적의 젤'이라고 표현했다.

'기적의 젤'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진 않았다. 군 당국자는 20여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실험실은 물론 전국의 육군 장병들에게 현장 테스트를 거쳐 사용되고 있다"면서 "해충에 따른 감염이 많은 앙골라, 아이티, 아마존 같은 곳에서 훌륭한 결과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향후 상업화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효과를 확인한 브라질 보건부도 지카 확산을 막기 위해 군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지난해 12월 지카 대응책의 하나로 임신부에게 젤을 줄 수 있는지 군에 문의했지만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군 연구소는 보건부가 원하는 수준의 양을 생산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마르셀로 카스트로 보건부 장관도 "군은 물론 보건부와 협력중인 전국의 모든 연구소들이 우리가 즉시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방충제를 생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리우에는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8만5000명의 군인과 경찰관이 배치돼있다. 이들이 모기 회피용으로 사용할 젤이 일반인들에게 언제 확산될 지도 올림픽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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