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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기의 롯데' 2017년 인사 앞당긴다…신 회장 "인적쇄신 절실"

중앙일보 2016.08.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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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로 내홍을 겪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회장은 조만간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그룹의 체질을 바꿀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넘버2로 꼽히는 이인원 부회장의 보직 이동도 거론되고 있다. [중앙포토]

롯데그룹이 2017년 정기임원인사를 앞당긴다. 사상 초유의 검찰 수사 속에 인적쇄신에 속도를 내 내년을 그룹체질을 바꾸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4일 롯데와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정책본부 인사실은 이달 들어 주요 임원들에 대한 평가에 착수했다. 롯데그룹은 통상 10월쯤 인사실 평가를 시작해 12월 말 정기인사를 발표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 시기를 앞당겨 이르면 오는 11월 내년도 정기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3일 귀국한 뒤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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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그룹의 검찰 수사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특히 수사 과정에서 ‘피아(彼我)’ 식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그룹의 미래를 위해 내부적으로 인적쇄신이 절실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현재 오너 일가인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신 회장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인사를 앞당길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신 회장 본인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더라도 인사실을 통한 공식 인사 절차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기뿐 아니라 인사의 폭과 내용도 쇄신의 메시지를 담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지난해 12월 28~29일 실시한 2016년 정기인사에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지난해 7월부터 불거진 신 회장과 형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그룹 안팎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조직의 안정’을 우선시한 것이다.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문인 롯데면세점, 부산롯데호텔 등을 제외하고는 그룹정책본부를 포함해 대부분의 경영진을 유임했다. 당시 롯데그룹 관계자는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롯데 내부 간 전쟁이 아니라 사정(司正) 당국의 수사를 받게 된 데다 장수들도 줄줄이 의혹 대상에 올라 있다.

또 다른 롯데 고위 관계자는 “인사실의 평가가 끝나봐야겠지만 개인비리 의혹이 어느 정도 밝혀지거나, 검찰 조사 전후 과정에서 리더로서 적합하지 않은 언행이 드러난 인사들은 (인사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 회장은 전·현직 롯데 관계자들의 검찰 소환 조사를 지켜보며 그들이 발언한 내용과 말 바꾸기 등을 전해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오히려 그룹 전반 인사쇄신의 촉진제로 작용한 셈이다.

당장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에 변화가 예상된다. 롯데 안팎에 따르면 현 정책본부장인 이인원(69) 부회장의 경우 이동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20년 넘게 그룹 핵심부에서 일해 온 데다 이미 2015년에도 사의를 표한 적이 있다는 점, 정책본부의 수장이라는 점 등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 부회장은 당초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사람으로 알려졌지만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회장 편으로 돌아섰다.

신중하면서도 보수적인 스타일로 부자(父子) 회장을 무리 없이 보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사실상 한국 롯데의 경영과 인사를 총괄해 왔다. 신 회장은 그러나 이번 인사를 통해 아버지 시대 ‘올드 롯데’의 부정적인 면을 탈피해 ‘뉴 롯데’를 구상하고 있다.

정책본부 ‘빅3’로 알려진 황각규(61) 운영실장과 소진세(66) 대외협력단장은 검찰의 주요 소환 대상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인사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대표 중에선 소액이라도 개인비리가 드러난 인물이 첫 번째 타깃이다. 이와 관련 롯데 관계자는 “도덕성과 해외 경영 경험, 기업 실적 등이 이번 인사의 주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내에선 이번 검찰 수사가 인적 쇄신은 물론 기업 문화의 개선으로 이어지길 열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롯데 계열사 직원은 “오죽하면 검찰 수사가 오히려 롯데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겠나”라며 “전형적인 롯데 스타일, '롯데스러움'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는 매출 84조원, 자산총액 기준 국내 재계 5위의 대기업 그룹이지만 다른 톱10 기업들에 비해 기업 문화는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반면 직원 임금수준, 복지·처우는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단적으로 판공비 등 내부적인 회계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이번 검찰 수사에서도 업종별로 전용된 일부 비용 계정이 비자금 조성을 위한 작업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공식적인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제도도 정착되지 않아 퇴직 임직원에 대한 보상이나 합당한 처우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한 롯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도 신동주 전 부회장뿐만 아니라 예전 직원들이 롯데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2017년도 인사를 단행함과 동시에 기업문화 개선, 회계처리 투명화, 인사·승진 시스템 정비, 여성인력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 그룹 내부적인 재정비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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