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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모차르트, 청소년음악회서 대결

중앙일보 2016.08.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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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 AI)이 작곡한 곡은 어떤 느낌일까. 사람의 솜씨보다 정교할까. 예술은 과연 인간만의 영역일까. 10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성시연 지휘 경기필하모닉의 청소년음악회 ‘모차르트 vs. 인공지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높아진 AI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는 공연이다.

'인공지능 작곡가'는 음반으로 선보인 바 있다. 2012년 런던 심포니는 스페인 말라가 대학이 개발한 작곡용 인공지능 이아모스의 작품 10곡을 연주해 앨범으로 발매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인공지능이 작곡한 오케스트라 작품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인공지능(로봇) 작곡가로 잘 알려진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오케스트라 곡이 선보인다. 에밀리 하웰은 미국 UC산타크루스 대학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이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에 두고,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형식을 반영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수많은 음악을 분석해 박자ㆍ음정 등 음악 요소를 각각 데이터화 한 뒤 그 요소들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작곡한다. 자신이 만든 곡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를 반영해 업데이트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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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음원은 아이튠즈ㆍ아마존 등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서 유통된다. 사람들의 연주를 통해 2010년에 ‘어둠으로부터, 빛’(From Darkness, Light), 2012년에 ‘숨막히는(Breathless)’ 등 음반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하웰은 바흐ㆍ비발디ㆍ모차르트ㆍ베토벤ㆍ말러 등 기존 작곡가들의 곡을 학습해 비슷한 풍의 작품을 작곡하기도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번 공연에서 경기필이 선보이는 곡도 ‘모차르트 풍 교향곡(Symphony in the Style of Mozart)’ 중 1악장 알레그로다. 경기필하모닉은 '진짜' 모차르트 교향곡 34번 1악장을 연이어 들려주고 어떤 음악이 더 아름다운지 고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인공지능과 모차르트의 대결인 셈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김택수의 창작곡도 세계 초연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경기필하모닉이 그에게 특별히 의뢰한 작품이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다양한 발췌로 만들어진 곡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작곡가가 직접 무대에 나와 해설도 진행한다.

김택수는 코리안심포니 상주 작곡가다. ‘과학영재’로 원래 진로는 화학자였다. 서울 과학고와 서울대 화학과에서 공부하고 1998년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 참가해 은메달을 수상했다. 작곡으로 전향한 뒤 서울대 작곡과를 거쳐 인디애나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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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를 맡은 경기필하모닉 성시연 단장은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기관 ‘딥마인드’는 인공지능의 예술 창작에 관심을 기울인다. 일본은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 작품에 저작권을 인정하기 위한 법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여전히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에만 쏠리고 있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실제로 음악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지 또 어떤 방식으로 음악에 활용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필하모닉은 홀스트의 ‘행성’도 연주한다. 태양계 행성을 소재로 한 이 곡을 연주할 때는 아티스트 최종범이 디자인한 영상도 함께 상영할 예정이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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