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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을 빼먹어도…주민인 척 경비원에게 돈 빌려

중앙일보 2016.08.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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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지난달 8일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유모(37)씨가 피 묻은 휴지를 손에 감은 채 경비실을 찾았다. 그는 경비원 정모(67)씨에게 “아파트 주민인데 손을 다쳐 병원에 가야 한다”며 “당장 돈이 없다. 가족들이 집에 오면 바로 갚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김씨에게 별 의심 없이 현금 20만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김씨는 아파트 주민도 아니었고, 손을 다치지도 않았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치료비를 빌려 달라며 돈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유모(37)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2010년부터 6년간 서울ㆍ경기 지역 아파트를 돌며 경비원 26명으로부터 670여만원을 받아 갚지 않은 혐의다.

 유씨는 일부러 코피를 낸 뒤 피가 묻은 휴지를 손에 감는 수법으로 경비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키 180㎝에 서글서글한 인상 때문에 경비원들은 쉽게 김씨의 말을 믿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비원들은 5만부터 많게는 80만원까지 김씨에게 줬다. 현금이 없다며 은행 자동화기기(ATM)에서 돈을 뽑아 준 경비원도 있었다.

 정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지난달 28일 관악구의 한 PC방에 숨어있던 유씨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늘 친절할 수밖에 없는 아파트 경비원의 처지를 악용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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