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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이탈' 트럼프 캠프…'골수 공화당원' HP회장까지 클린턴 지지 선언

중앙일보 2016.08.0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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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공화당원인 멕 휘트먼 HP 회장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잇따른 실언 탓에 선거 국면에서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대선을 불과 약 100일 앞둔 상황에서 공화당 소속 저명 인사들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고, 당 주류는 ‘트럼프 낙마’에 대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3일(현지시간) 멕 휘트먼 휴렛패커드(HP) 회장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에서 힐러리를 뽑겠다. 주위 공화당원들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지만 힐러리를 위해 정치자금을 모아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휘트먼은 지난 2010년 공화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주 연방상원의원 후보로 나섰을 만큼 열성 당원으로 공화당의 주요 정치자금 기부자다.

특히 휘트먼은 “트럼프는 정직하지 않은 정치 선동자(demagogue)”라며 “그가 집권할 경우 미국이 위험한 리더십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미 ABC방송은 공화당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가 중도에 낙마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만약 트럼프가 대선 본선을 완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내부 규정상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 168명이 사실상 트럼프의 ‘대타’를 결정하게 된다.

공화당 주류가 ‘플랜B’를 논의하기 시작한 때는 트럼프 후보가 최근 또다시 무슬림에 대한 비난을 재개하면서부터다. 지난달 26일 트럼프가 이라크전 전사자 후마윤 칸의 어머니를 비하하는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온 칸의 어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어쩌면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비하뿐만 아니라 전사자 가족을 모욕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2008년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 의회 1인자인 폴 라이원 하원의장도 이같은 트럼프의 언행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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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참전 군인 가족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후보. [중앙포토]


다만 문제는 트럼프 후보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여전히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대선과 함께 있을 연방의회 공화당 후보 선출 경선에서 라이언 의장과 매케인 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트럼프에 대한 당내 불만도 임계점으로 다가가는 분위기다.

실제 그동안 트럼프를 앞장서 옹호해 온 당내 대표적 ‘친(親)트럼프’ 인사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까지 트럼프 캠프 측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NBC 방송은 이날 프리버스 위원장이 트럼프 캠프의 선대위원장 폴 매나포트를 비롯해 핵심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의 ‘라이언-매케인 지지 거부’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과 더불어 분노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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