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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하군 ‘홍채 방패’…오류 확률 1조 분의 1

중앙일보 2016.08.04 01:14 종합 17면 지면보기
# 2054년 미국 워싱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 개봉)에서는 홍채 인식 기술이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는 주요 수단으로 쓰인다. 주요 출입문에는 홍채 인식기가 설치돼 있고 거리의 홍채 인식 로봇은 행인들의 신분을 파악해 성별·나이대에 맞는 광고를 보여준다.

공인인증서 대체 기술로 각광
사망자나 인쇄된 홍채로 못 뚫어
얼굴은 1000번 중 1번 잘못 인식
지문은 1만 번 중 1번꼴로 실패

# 2016년 8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공개 행사장.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기능은 홍채 인식 기술이 적용된 ‘삼성 패스’였다. 일단 홍채 정보를 저장하면 스마트폰을 한 번 보기만 해도 1~2초 만에 본인 인증이 가능하다.

10여 년 전 공상과학(SF) 영화 속 기술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금융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 열풍이 불며 금융 거래를 위한 본인 인증 수단으로서 생체 인식 기술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지난 3월 금융 당국이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한 것과 맞물려 금융기관들은 각종 생체 인식 기술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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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한은행은 손바닥 정맥으로 고객을 인증하는 ‘디지털 키오스크’를 선보였고 우리은행은 올 1월 홍채 인증을 통해 금융거래가 가능한 ‘홍채 인증 자동화기기(ATM)’를 내놨다. 이동통신사들도 생체 인식 보안기술에 뛰어들었다. KT는 지문을 등록한 뒤 휴대전화 본인 확인과 모바일 결제에 이용할 수 있는 ‘KT 인증’ 애플리케이션을 2일 출시했다. SK텔레콤도 10월부터 휴대전화 본인 확인 서비스 앱 ‘T인증’에 지문 인식 기능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생체 인증은 지문인식이다. 비교적 간단하고 기기가 저렴해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물이나 먼지가 조금만 묻어도 정확도가 떨어지고 위·변조가 가능해 보안성이 떨어진다. 지문이 옅어진 경우에는 식별 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면 홍채 인식 기술은 보안성과 정확성이 높다. 쌍둥이도 홍채가 전혀 다르며 한 사람의 왼쪽·오른쪽 눈의 홍채도 다르기 때문에 현존하는 생체 인식 방식 중 보안성이 가장 뛰어난 기술로 손꼽힌다. 죽은 이의 홍채나 인쇄된 홍채 패턴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얼굴 인식은 1000번 중 한 번, 지문 인식은 1만 번 중 한 번꼴로 오류 확률이 있다. 반면 홍채 인식은 한쪽 눈만 활용 시 100만 번 중 한 번, 양쪽 눈을 활용하면 1조 번 중 한 번으로 오류 가능성이 낮다. 그간 비싼 기기 때문에 대중화가 쉽지 않았는데 최근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부담도 많이 줄어든 상태다. 이 때문에 인도 ·이라크 등 해외에서는 정부 주도로 홍채 인식을 기반으로 한 전자 주민 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인도는 2010년부터 전 국민의 홍채·지문·얼굴을 모두 등록하고 있고 미국·캐나다 등은 공항 입국심사 과정에 홍채 인증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국내 홍채 인식 시장은 아직 태동기다. 2014년부터 핀테크 시장이 커지면서 뒤늦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홍채 인식 기술을 연구하는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 시장을 겨냥 중이다. 미국 홍채 인식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홍채 인식 기술업체 아이리텍은 설립 초기 법인을 아예 미국으로 옮겼다. 국내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서다.

한 생체 인식 기술개발업체 관계자는 “몇 년 내로 홍채 인식 시장이 세계 생체 인식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업계에서도 홍채 인식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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