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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백혈병 투병 스승님 위해…독기 품은 해결사 문창진

중앙일보 2016.08.04 00:13 종합 2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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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진

리우 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첫 경기를 이틀 앞둔 3일 브라질 사우바도르 마노엘 바하다스 경기장.

축구팀, 내일 오전8시 피지와 경기
미드필더로 뛰며 28경기서 16골
올림픽팀 공격 핵심선수 자리잡아
“18세 때 이광종 전 감독 만나 성장
골 넣어 특별한 세리머니 펼칠 것”

미드필더 문창진(23·포항 스틸러스)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문창진은 이제까지 올림픽 축구대표팀 28경기에서 16골을 기록한 골잡이다. 올림픽대표 가운데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다.

지난달 30일 스웨덴과의 평가전에서 두 골을 기록하며 한국의 3-2 역전승을 이끈 그는 “동료들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이제는 경기에서 보여줄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문창진은 5일 오전 8시 피지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의미있는 골을 다짐하고 있다. 올림픽에 첫 출전하는 피지는 약체로 꼽히는 팀이다. 그는 “골을 넣으면 지난해 2월 갑작스런 급성 백혈병으로 물러난 이광종(52) 전 올림픽팀 감독을 위한 세리머니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창진은 ‘신(申)의 남자’로 불린다. 지난해 3월 신태용(46) 올림픽팀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26경기에서 14골을 터뜨렸다. 소속팀 포항에선 올 시즌 13경기 1골에 머물러 있지만 올림픽팀 유니폼만 입으면 ‘물 만난 고기’처럼 펄쩍펄쩍 뛴다. 문창진은 “신태용 감독님은 ‘수비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하실 정도로 공격적인 스타일을 좋아한다. 계속 공격하고 슈팅을 하니까 골도 많이 넣게 되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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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종

문창진이 올림픽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은 건 이광종 전 감독의 가르침 덕분이기도 하다. 문창진은 2012년 아시아 19세 이하(U-19) 선수권에서 4경기 연속골을 넣어 한국을 10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때 지휘봉을 잡았던 사람이 이광종 전 감독이었다. 문창진은 “U-18 대표팀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꾸준하게 뛸 기회가 생겼다. 그 때부터 이 감독님께 많이 배웠다. 감독님은 언제나 나를 믿어주셨다. 가장 편안하게 해주셨던 감독님”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태국 킹스컵 도중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 전 감독의 소식은 문창진을 비롯한 젊은 제자들에겐 큰 충격이었다. 이 전 감독이 지방으로 내려가 투병 생활을 하면서 문창진은 스승과 연락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문창진은 “얼마 전 안부 인사차 문자를 드렸는데 답이 없으셨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래서 문창진이 옛 스승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골과 세리머니다. 그는 “류승우(23·빌레펠트)·권창훈(22·수원 삼성) 등 또래 선수들이 이 감독님 아래서 함께 성장했다. 골 세리머니는 우리를 길러주신 감독님에게 보답하는 마음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3년간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축구를 배운 뒤 독일 레버쿠젠과 베르더 브레멘 등에서 축구 유학을 했던 문창진은 한 때 차세대 스트라이커라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그는 2013년 20세 이하(U-20) 월드컵에는 허리 디스크 증세로 출전하지 못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도 경쟁에서 밀려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엔 오른 무릎 골절로 3개월 동안 운동을 쉬었다. 그는 “지난해 무릎을 다쳤을 땐 ‘내겐 운이 없나보다’라는 생각까지 했다. 재활을 하면서도 통증이 가시지 않을 땐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시련을 극복한 뒤 더 단단해진 문창진은 리우 올림픽 본선에서 큰 사고를 치겠다는 각오다. 또래 선수에 비해 키가 작은 편(1m70cm)이지만 문창진은 “축구는 키로 하는 게 아니다. 키가 작은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 나만의 장점을 살리면 된다”고 말한다. 그는 “올림픽이 끝나고 색깔에 관계 없이 메달 하나를 입에 물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사우바도르=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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