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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중국이 경제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데…

중앙일보 2016.08.04 00:01 종합 32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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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논설위원

지난달 중국의 북·중 국경지대를 돌아봤다. 두만강과 압록강을 지나는 수많은 다리 위로 화물차와 기차가 오가고 있었다. 최대 국경무역도시인 단둥(丹東)에선 글로벌 사치품 브랜드로 가득한 명품상가를 목격했다. 북한 신의주가 빤히 보이는 압록강변에서 불과 300m쯤 떨어진 대로변에 최근 들어섰다. 지도부를 압박하겠다며 대북 사치품 교역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무력화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비공식 보따리 무역상이 금지품목 몇 개를 사 들고 압록강을 건너는 것까지 막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둥역이나 주변 상가 등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배지를 단 북한 주민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인간 무역선이다. 중국은 주민 생존을 이유로 대북 교역의 숨통을 어느 정도 열어놓았고, 북한은 지금까지 유유히 버티고 있다. 중국의 협조 없이는 대북 제재도, 탈북민 안전도, 남북 화해 진전도 쉽지 않음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냉혹한 리얼리즘의 현장이었다.

한국 최대 수출·수입선은 중국…중국 1위 수입국은 한국
상호의존구조라 무역보복은 자해성…상호공존 외교 가야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일각에서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를 받아들인 한국에 ‘경제보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이 북한이 아닌 한국을 경제적 ‘타격 대상’으로 거론하는 셈이다. 그런데 중국이 경제보복으로 한국에 일방적인 타격을 안길 수 있을까?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수출은 물론 수입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상대다. 중국은 한국 전체 수출의 25.4%를 차지한다. 미국(5.6%)-홍콩(4.8%)-싱가포르(4.2%)가 뒤를 이어 1·3·4위가 중화권이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이야기다. 중국이 발목을 잡으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이다. 한국은 미국(16.9%)-홍콩(15.5%)-일본(6.4%)에 이은 중국의 4위(4.3%) 수출시장이다. 한국 전체 수입에서 중국은 17.1%를 차지해 1위다. 일본(10.2%)과 미국(8.7%)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중국은 한국의 주요 고객이지만 한국도 중국의 핵심 고객이다.

더욱 중요한 건 한국은 중국이 전체 수입의 9.7%를 들여오는 최대 수입 대상 국가라는 사실이다. 일본(8.3%)-미국(8.1%)-대만(7.8%)-독일(5.4%)-호주(5%)가 그 뒤를 잇는다. 주목할 점은 한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상당수가 반도체·부품·소재 등 중국 수출상품을 만드는 필수 중간재라는 사실이다. 양국은 그야말로 서로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경제적 운명공동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하는 것은 불경인 『아함경』에서 말하는 ‘바람을 향해 흙을 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피해를 주려면 중국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세계 13위 규모의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와 협력해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글로벌 협력 파트너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한국이 휘청거리면 중국에도 좋지 않다. 과거 중국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론으로 북한을 감쌌지만 경제협력이 가속화한 지금 중국의 입술은 북한이 아니라 한국으로 바뀐 셈이다.

게다가 중국 경제는 올해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올 상반기 수출액은 9975억1300만 달러로 전년도 동기 대비 6.9%, 수입은 7013억4699만 달러로 9.6%가 각각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과 무역마찰을 일으키는 건 ‘자해’에 가깝다. 체제안정을 위해 경제성장이 절실한 중국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있을까. 한국도 경제에 정권 안정이 달려 있다.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이를 바탕으로 함께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는 무엇보다 대중외교의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중국을 향해 ‘무엇이 중헌디’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중국은 경제 운명공동체인 한국과 대립하기보다 핵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나선 ‘국제사회의 불편한 이웃’ 북한을 설득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핵심이익’이라는 입장을 아직도 유지한다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한국과 중국은 계속 공존해야 하는 이웃이 아닌가.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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