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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업은 주부, 방학 맞은 대학생…경매장 가는 길 북적

중앙일보 2016.08.03 00:58 종합 17면 지면보기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별관 2층 경매법정. 입찰은 오전 10시에 시작되지만 그 전부터 20여 명의 사람이 법정 안에 자리를 채웠다. 아이를 업은 주부는 물론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도 눈에 띄었다. 두 살 딸아이와 함께 온 김은정(34)씨는 “저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 소형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전세값 오르고 공급은 크게 줄어
저금리 활용 내집마련 입찰 열기
유찰 드물고 낙찰가도 시세 근접
“감정가 90% 넘으면 실익 없어”

경매법정 주변에서 전문지를 파는 A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경매에 처음 나온 물건이 유찰 없이 바로 낙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가 진행된 23건 중 유찰된 건 2건에 불과했다. 낙찰된 집들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8%였다. 감정가는 시세의 90% 정도여서 업계에선 낙찰가율이 100%에 가까워지면 큰 이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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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7~8월 여름철은 경매시장 비수기로 꼽히지만 경매 물건이 적은 데다 전세난을 피해 시세보다 좀 더 싼값에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이어지면서 입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2일 경매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의 경매 입찰 경쟁률은 10.7대 1을 기록했다. 낙찰가율도 93.6%를 나타냈다. 7월 입찰 경쟁률도 2001년 1월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렇다 보니 낙찰가격이 감정가를 초과하기도 한다. 지난달 15일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전용면적 50㎡ 아파트에 72명의 응찰자가 몰리면서 감정가 1억8000만원보다 27% 높은 2억2880만원에 낙찰됐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입찰 경쟁률과 낙찰가율이 계속 오르며 올 들어 경매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경매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것은 공급이 크게 줄고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법원 경매 진행 건수는 7만6624건으로 집계됐다. 2001년 이후 최저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681건으로 올 1월(764건)에 비해 10% 감소했다. 이는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빚을 갚지 못해 집을 경매로 넘기는 경우가 줄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임대수익 목적의 투자 수요와 전세난으로 인한 실수요는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 은 74.8%다. 이는 매매가 1억원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이 7480만원이란 의미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1월 38.1%였던 전세가율은 2011년 10월 50%, 지난해 7월 70%를 돌파했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 경매 부동산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가 낙찰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낙찰가율이 올라가면서 저렴하게 집을 구입할 수 있는 경매의 가격 메리트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기존 주택시장보다 복잡한 경매 절차 등을 감안하면 감정가 대비 90% 이상의 낙찰가격은 실익이 없다” 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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