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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네이버 뉴스에 ‘NO’라고 하는 이유

중앙일보 2016.08.03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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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
논설위원

일간지·방송매체의 중견 언론인들과 함께 매달 언론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를 한다. 이달 세미나에선 마침 영국 옥스퍼드대학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매년 발간하는 ‘디지털뉴스 리포트’가 나와 개괄했다. 26개국의 뉴스 소비행태를 분석한 이 리포트는 올해부터 한국도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터였다. 한국의 뉴스 소비문화는 다른 나라들과 좀 달랐다.

한국인들은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고(9위), 특히 포털 및 뉴스검색으로 뉴스를 보는 비율은 터키·폴란드에 이어 3위였다. 반면 TV뉴스(19위)와 신문(23위) 등 전통매체 이용은 하위권이고, 언론사 홈페이지나 앱을 이용하는 비율도 13%로 일본(12%)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일본은 온라인 뉴스(23위)보다 신문구독(9위) 등 전통매체 지향적 성향이 강한 게 꼴찌 이유였다.

물론 독자들이 뉴스를 온라인으로 보든 매체로 보든 자유다. 한데 한국에는 다른 나라엔 없는 독특한 뉴스 유통채널인 포털 뉴스편집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소비자 입장에선 쉽게 뉴스를 볼 수 있지만 실은 이 시스템이 한국 언론의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소비자가 질 좋은 뉴스에 접근할 선택권을 왜곡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는 세미나 발제를 맡았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말이다.

“포털 뉴스 의존도가 높은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5~10년 후 한국은 사회 자체가 암담해질 겁니다.” 그는 현재 한국 언론의 뉴스 생태계는 시민 갈등을 재생산하는 구조라고 했다. 주범은 ‘언론과잉현상’.

“국내 언론사에서 신문·방송사 수는 정체된 데 비해 포털뉴스만 공급하는 인터넷 뉴스매체는 빠르게 늘어 2014년 6000개에 달했다. 이들 중엔 베껴쓰기와 어뷰징으로 클릭 수를 따먹는 업체들이 상당수인데 뉴스의 클릭 경쟁은 똑같은 기사 반복에서 끝나지 않는다. 뉴스 경쟁은 눈길을 끌기 위해 정부·정치권 혹은 유명인의 약점을 파고드는 부정적 뉴스 양산으로 이어지고, 비판저널리즘이 극성을 부리면 정부·정치권·언론의 신뢰도가 함께 떨어지며 불신사회가 된다는 게 문제다.”

한 교수는 포털의 뉴스검색 알고리즘 문제에 대한 실험결과도 소개했다. 구글과 국내 포털을 대상으로 뉴스 검색어를 넣어 검색한 결과 첫 화면에 검색된 기사가 구글은 전통매체의 것이 많은 반면 국내 포털은 인터넷 매체와 통신 기사가 더 많았다. 구글은 매체 영향력에 가중치를 둔 반면 국내 포털은 모든 매체를 똑같이 처리해 인터넷 매체 검색 비율이 높아진 거다. 한 교수는 독자 반응도 실험했더니 독자들은 뉴스 검색 시 포털에 뜨는 순서로 1~5번째를 선택했다. 미국 독자들은 검색할 때도 어떤 매체 뉴스인지 따지는 반면 한국에선 매체를 따지지 않는다. 뉴스의 품질과 브랜드는 소용없는 시장이 돼 버린 거다.

올 2분기 영업이익만 2727억원 달성한 네이버의 주 매출원은 광고로 전체 매출액의 73%를 차지한다. 역시 광고 매출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전통 뉴스 매체들은 네이버가 훑고 지나간 광고시장에서 광고 기근에 시달린다. 한 교수는 “고도로 훈련되고 취재력을 갖춘 고비용 구조의 언론사는 생존이 불가능하고 대형 유통업체만 돈을 버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꼴 보기 싫은 언론사 없어지는 게 무슨 대수냐고? 그렇다면 감시·견제 능력과 취재력을 갖춘 언론이 없는 나라를 상상해 보라. 가까운 예로 검찰에선 문제없다던 진경준 검사장의 비리를 끈질기게 캐내고 결국 법의 심판대에 올린 건 전통 언론이었다. 노련한 언론의 견제가 사라진 사회에선 권력층이 눈치보지 않고 비리를 저질러도 대항할 방법이 없어진다. 스캔들과 찌라시성 기사만 난무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 사회는 그 혼란을 감당할 수 있을까. 포털 뉴스, 그 편리함 뒤에 숨은 암담한 현실을 이젠 공론화해야 할 때다. 언론의 순기능을 살려 나가는 방법을 찾는 것도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가 아닐까.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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