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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새누리당 새 대표를 위한 제언 4개

중앙일보 2016.08.02 18:52 종합 31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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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논설위원

한국 정치사에서 새누리당은 기둥 같은 존재다. 1990년 민자당 이래 26년 동안 당은 현대사를 이끌어왔다. 물론 시련과 실패도 많았다. JP(김종필) 세력이 뛰쳐나가고, 두 번이나 정권을 빼앗기고, 천막으로 쫓겨가기도 했다. 최근엔 제1당마저 내줬었다. 그럼에도 당은 건재했다. 성화(聖火)는 결코 꺼지지 않았다. 흔들리되 쓰러지지 않았고 싸우되 이별하지 않았다. 그동안 다른 당은 바닷가 모래성처럼 부서지곤 했다. 새누리당은 한국 사회의 중요 자산이다.

그런 당이 지금 위기에 빠져 있다. 리더십의 위기다. 최고지도자 대통령은 저 멀리 북악산 아래서 고독과 침묵에 빠져 있다. 당에는 차기 대통령감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당은 총선에서 참패하자 비대위원장을 영입했다. 그런데 도대체 있는지 없는지 존재감이 없다. 혁신은 사라졌다. 동이 텄는데도 당은 해변가 모래밭에서 자고 있다. 이 당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새 대표는 과감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 먼저 당정(黨政) 수뇌부를 단단히 묶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당 대표는 국정의 쌍두마차다. 그런데 바퀴가 겉돌고 있다. 이런 불통엔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 대표는 최소 한 달에 두 번은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 대표의 의지가 강하면 대통령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꼭 국정현안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대통령에게 세상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모임 참석자를 다양하게 바꾸면 된다. 작가·배우·철학자, 교수·평론가, 원로·청년 당원 그리고 탈북자···. 비판적인 시민운동가나 반대파 의원도 괜찮다.

이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원래 차분한 저녁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달에 두 번 정도를 못 버틸까. 대표가 분위기를 잘 만들면 된다. 그러면 64세 싱글(single) 여성 대통령도 스타일을 바꿀지 모른다. 북악에 달이 뜨고 청와대에 얘기꽃이 피면 민심의 들판에도 꽃이 필 것이다. 꼭 청와대가 아니어도 좋다. 시내 3만원 이하 음식점이면 어떤가. 고등어구이에 막걸리 잔을 부딪치라. 그러면 숨어 있던 국정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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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도 그렇다. 왜 가족도 없는 대통령이 일주일 내내 혼자 지내야 하나. 이런 방법은 어떤가. 우선 대통령이 편하게 느낄 이들을 모은다. 그러고는 경치 좋은 콘도로 대통령을 초청한다. 그래서 밤늦도록 맥주 판을 벌이는 거다. 인생을, 세상을, 정치를 안주 삼아···. 의원 시절 대통령은 가끔 가까운 정치인들과 그렇게 놀았다.

새 대표는 봉숭아학당 회의를 없애야 한다. 사진기자들이 나가면 모든 회의는 비공개로 해야 할 것이다. 회의 중에는 고함이 나와도 좋다. 하지만 그 소리가 담장을 넘어선 안 된다. 회의는 뜨거워도 당론은 차가워야 한다. 대변인 발표가 당의 말이요 생각이다. “야당은 지도부가 돌아가며 우리를 공격하는데···”라는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하면 된다. 지금까지 새누리당 회의는 비박·친박이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는 노래방이었다. 이런 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당 운영에서 정치 쇼도 ‘이제 그만’이다. 쇼 대신 실용적인 토론회가 중요하다. 한국에선 추석 때 당 지도부가 서울역이나 터미널에 나간다. 아니 정치 지도자들이 무슨 열차 승무원인가. 그런 게 민생과 무슨 상관이 있나. 추수감사절이라고 미국 정당 지도부가 워싱턴 공항에 나가나. 그럴 시간이 있으면 양극화에 관한 책을 몇 페이지라도 읽는 게 훨씬 낫다.

정치 지도자는 실제로 국정에 도움이 되는 토론을 이끌어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분노한 흑인이 백인 경관들을 살해하는 끔찍한 비극이 터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지도자·경찰·시장·정치인을 모았다. 그러곤 4시간 동안 토론을 주재했다. 사고가 나면 당 지도부는 현장에 가서 쇼를 할 게 아니다. 그 시간에 원인 해결을 연구해야 한다.

새 지도부는 공천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배심원단 공천제는 어떨까. 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상대로 배심원을 공모한다. 전국을 5개로 나누고 추첨으로 수십 명씩 배정한다. 그러면 호남 출신이 경상도에 갈 수도 있다. 5개 권역별로 이들은 외부와 차단된 시설에 묵는다. 그러곤 며칠 동안 합숙심사를 벌인다. 물론 활동비는 충분히 지급된다.

신청자들은 심사위원단의 까다로운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살아왔으며 왜 국회의원이 되려는지 설명해야 한다. 자료와 면접을 바탕으로 심사위원들은 평점을 매긴다. 의정활동이 충실하면 현역 의원은 불리할 게 없다.

오는 9일 새누리당은 새 대표를 뽑는다. 대표는 당의 얼굴이다. 그는 각별한 각오로 26년 역사의 당을 살려내야 한다. 집권당이 살아야 국가가 성공한다.

김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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