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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화요일] 11살 ‘동영상 공룡’…유튜브도 드라마 만든다

중앙일보 2016.08.02 00:57 종합 2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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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닝 테이텀을 세계적 스타로 만든 댄스 영화 ‘스텝업’이 TV드라마로 만들어진다. 잠깐, 엄밀히 말하면 ‘TV’드라마가 아닐 수도 있다. 유튜브가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 라이언스게이트와 손잡고 만드는 드라마이자 유튜브의 새로운 서비스 ‘유튜브 레드’에 공개할 콘텐트이기 때문이다. 2005년 출범해 현재 전 세계 이용자가 10억 명을 웃도는 거대 동영상 플랫폼, 누구나 무료로 동영상을 올릴 수 있고 또 대다수 동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는 바로 그 유튜브다.

할리우드 손잡고 ‘스텝업’ 제작 나서
유료 서비스 ‘유튜브 레드’로 공개
페이스북 등 동영상 경쟁 치열해지자
다큐 등 오리지널 콘텐트 계속 늘려
유튜브 스타, 프로그램에 적극 활용
창작자 지원 통해 안방지키기 의도도

한데 ‘스텝업’ 드라마는 좀 다르다. 이를 공개할 유튜브 레드는 아직 한국에 상륙하지 않은 유료 서비스다. 월정액(안드로이드 기준 9.99달러)을 내는 대신 유튜브의 모든 동영상을 광고 없이 볼 수 있다. 유튜브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유튜브 레드를 출시하며 여기에 독점 공개하는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트도 내놓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만들었거나 만들 계획인 유튜브 레드 오리지널 콘텐트는 리얼리티·드라마·다큐영화 등 19편. 뉴욕타임스는 그중에서도 지난 6월 ‘스텝업’ 제작계획이 발표되자 “유튜브 레드 최초의 대규모 예산, 할리우드 제작 TV드라마”라며 “회당 수백만 달러(수십억원)의 제작비는 유튜브 레드가 콘텐트 구매자로서 메이저 리그에 진입했다는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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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한국에 상륙하지 않은 유튜브 레드는 월정액을 내는 대신 유튜브의 모든 콘텐트를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유료서비스다.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이 직접 콘텐트를 만드는 것 자체는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 아마존의 ‘트랜스페어런트’ 같은 드라마가 성공한 이래 굵직한 트렌드가 됐다. 하지만 이들과 유튜브는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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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레드의 오리지널 콘텐트. 청춘 드라마 ‘포섬’.

전자가 월정액 등의기반 유료 서비스인 반면 유튜브는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로 성장해 왔다. 콘텐트 확보 방식도 다르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전 세계 동영상 창작자들이 만드는 콘텐트만도 엄청난 분량이다. 반면 넷플릭스나 아마존은 할리우드 영화·드라마 등 판권료를 줘야 하는 콘텐트가 대부분이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판권 확보 비용을 감안하면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드라마 한 편에 최고 1억 달러의 제작비를 과감히 투자하는 게 결코 무모한 계산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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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레드의 오리지널 콘텐트. 서바이벌 게임 프로 ‘파이트 오브 더 리빙데드’

미디어산업 연구자 조영신 박사는 이런 배경에서 “유튜브 레드의 오리지널 콘텐트는 확장형보다는 방어형”이라고 바라본다. “새로운 동영상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 경쟁이 치열해지고 복잡해진 상황에서 기존에 시장을 주도해 온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이용자에 대한 지원을 겨냥하는 성격이 크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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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레드의 오리지널 콘텐트. 2인조 유튜브 스타 스모시의 영화도 만들 예정이다.

각 분야에 특화된 수많은 크리에이터와 이들에 대한 이용자 팬덤은 쉽게 따라 하기 힘든 유튜브의 거대한 자산이다. 오리지널 콘텐트도 이런 특징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예컨대 ‘하우스 오브 카드’가 케빈 스페이시 같은 할리우드 스타를 주연으로 기용했다면 유튜브 레드는 유튜브 스타를 적극 활용한다. 이미 두 번째 시즌 제작에 들어간 ‘스케어 퓨디파이’가 단적인 예다. 게임 리뷰 영상으로 이름난 퓨디파이가 각종 유명 게임 속 상황과 유사한 상황을 직접 겪는 일종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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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수에서 요즘 유튜브 최고 스타인 퓨디파이(가운데 앉아있는 사람)가 등장하는 ‘스케어 퓨디파이’. [사진 유튜브]

스웨덴 출신 20대 청년인 퓨디파이는 전 세계 구독자가 4500만 명이 넘는 유튜브 톱스타다. 광고 등 지난해 연간 수입이 각종 보도에서 최소 800만 달러, 많게는 1200만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유튜브 스타이자 코미디 영상으로 유명한 2인조 크리에이터 스모시의 영화, 열 명의 유튜브 스타가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프로그램, 주인공 캐릭터 세 명의 목소리 연기를 유튜브 스타가 맡는 애니메이션 등도 유튜브 레드가 조만간 내놓을 오리지널 콘텐트다.

유튜브 스타는 이제 유튜브 밖에서도 탐내는 존재다. 지난해 출범한 신생 유료 동영상 플랫폼 베셀은 물론이고 페이스북 같은 거대 소셜미디어도 그렇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뉴욕타임스·버즈피드 같은 매체만 아니라 유튜브·바인의 유명 동영상 창작자들에게도 대가를 주고 페이스북 라이브 동영상을 올리도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는 한참 앞서 2011년 영국 왕실 결혼식을 라이브로 전 세계에 전했지만 모바일에서는 올해 새로 나온 페이스북 라이브에 주도권을 뺏긴 형국이다. 유튜브도 곧 기존 앱으로 누구나 손쉽게 모바일 라이브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다른 방식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올해 5월 아마존이 시작한 ‘비디오 다이렉트’는 유튜브처럼 이용자가 동영상을 올리고 수입을 나눠 갖는 오픈 플랫폼이다.

물론 이런 경쟁으로 유튜브가 하루아침에 흔들릴 처지는 아니다. TV 시청률이 하락하는 것과 반대로 동영상 광고 시장은 급성장하는 중이다. 유튜브의 지난해 광고 기반 수입은 50%가량 성장했다. 구체적인 매출 규모는 공개하지 않지만 “이런 추세가 3년 연속”이라는 게 공식 설명이다.

그렇다고 위협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광고 차단 기술 이용이 확산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유튜브는 이미 2010년 ‘트루 뷰’를 도입했다. 사용자가 영상 시작 5초 후 광고를 볼지 건너뛸지 선택할 수 있는 광고 방식이다. 현재 유튜브 동영상 광고의 85%가 이에 해당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합리적 방식이지만 크리에이터 입장은 또 다를 수 있다.

유튜브 레드 같은 유료 서비스는 크리에이터에게도 새로운 수입원이 될 수 있다. 구글의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 맷 래스크는 “유튜브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의 콘텐트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선택권을 갖기 원한다”며 “유튜브 레드를 통해 팬들은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콘텐트를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방식으로 방해 없이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유튜브 레드는 동영상을 한시적으로 내려받아 비행기 탑승 등 오프라인 상태에서 시청하는 기능, 다른 앱을 사용하면서 유튜브 동영상의 음악을 백그라운드로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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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이끌고 있는 수전 워치츠키 CEO는 지난 6월 비드콘(VidCon) 기조연설을 통해 “3C”를 강조했다. 팬과 크리에이터의 유대 등을 가리키는 커뮤니티(Community), 크리에이터(Creator), 그리고 창조적 야망(Creative Ambition)이다. 워치츠키는 특히 ‘창조적 야망’과 관련해 유튜브에서 명성과 인기를 얻어 TV드라마나 영화에 진출한 이들을 열거했다. 그러고는 오리지널 콘텐트에 대해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야심 찬 일을 (다른 데가 아니라) 유튜브에서 할 기회”라고 말했다.
 
동물원에서(Me at the zoo)=2005년 4월 유튜브에 올라온 최초의 동영상.

유튜브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자베드 카림이 동물원 코끼리들 앞에서 “이 친구들의 멋진 점은 정말, 정말, 정말 큰 코를 가진 것”이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길이는 달랑 19초. 대단할 것 없는, 그래서 누구나 만들어 볼 수 있겠다 싶은 이 동영상에서 유튜브의 대단한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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