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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드라마·영화에 판권 팔린 웹툰 73개…몸값 올라 지난해 9억원 번 작가도

중앙일보 2016.07.30 00:18 종합 1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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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에는 지난해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한 윤태호 작가의 전시전이 열렸다. [사진 최정동 기자]

지난해 방송가 최대 화두는 ‘먹방’이었다.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늘었고 입담과 요리 실력이 좋은 셰프가 방송 섭외 1순위로 꼽혔다. 올해는 요리의 바통을 ‘웹툰’이 이어받는 분위기다. 코믹 웹툰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가 지난해 SBS 예능 ‘런닝맨’에 출연하더니 올해는 웹툰 작가의 TV 등장이 더 잦아지고 있다. 최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는 이말년(대표작 ‘서유기’) 작가가, 같은 방송국 프로 ‘나 혼자 산다’에는 기안84(대표작 ‘패션왕’) 작가가 나왔다.

‘먹방’ 인기 바통 웹툰이 이어받아
예능 프로에 작가들 줄줄이 출연
부천만화축제, 더워도 관람객 북적
해외에서도 반응 좋아 수출 늘어
시장 규모 커져 올해 5800억 달해
경쟁 심해 자극적·선정적 소재 많아
“웹툰 작가·업계의 자정 노력 필요”

최고 인기 예능 중 하나인 ‘무한도전(MBC)’은 6주 장기 프로젝트로 출연진과 웹툰 작가가 함께 릴레이 만화를 제작해 연재하는 특집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생’의 윤태호, ‘신과 함께’의 주호민, ‘전자오락 수호대’의 가스파드 등 인기 작가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획이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최미영 팀장은 “콘텐트 자체는 물론이고, 작품의 생산 과정이나 작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인기의 일등 공신으로는 스마트폰이 꼽힌다. “웹툰은 이동 중 생기는 짧은 틈에 소비하기에 가장 적합한 콘텐트다. 스토리 중심의 소설과 비주얼 중심의 영화적 요소가 골고루 섞인 것이 웹툰의 특징”이라는 게 최 팀장의 설명이다.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 콘텐트로서 웹툰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드라마나 영화 제작을 위해 판권이 판매된 웹툰만 73개 작품에 이른다.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히는 드라마 ‘미생’과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내부자들’ 같은 작품이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면서다. 최근에는 ‘갓 오브 하이스쿨’ ‘신의 탑’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게임 제작도 활발하다.

한국 웹툰은 이제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콘텐트가 됐다. 요즘엔 단순히 작품을 다른 언어로 번역해 해외로 진출하는 수준을 뛰어넘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웹툰 플랫폼을 제공하는 네이버는 지난해까지 24개 작품을 2차 저작물 판권 계약 형태로 수출했다. 이들 웹툰이 앞으로 해외에서 제작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의하면 올해 웹툰시장 규모는 5845억원에 달한다. 이 기관은 2018년까지 전체 시장 규모가 880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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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작품의 인기에 따라 다르지만 웹툰 작가들은 적게는 월 120만원, 많게는 600만원의 원고료를 받고 있다. 이른바 억대 연봉 작가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 연재 중인 작가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이가 내부 수익으로만 1년에 9억원을 벌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외모지상주의’로 유명한 박태준 작가는 최근 ‘라디오 스타’(MBC)에 출연해 “연 5억원 이상을 버느냐?”는 MC의 질문에 당황하며 답을 내놓지 못해 높은 수준의 수익을 짐작하게 했다. 작가들은 또 웹툰 중간에 광고 삽입, 2차 저작물 판권 계약, 캐릭터 상품 제작 등으로 쏠쏠한 부수입도 챙기고 있다.

웹툰의 인기는 지난 27일 개막한 ‘제19회 부천국제만화축제(31일 폐막)’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한국만화박물관 일대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의 만화 축제다. 특히 개막일인 27일엔 30도가 넘는 불볕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만화 속 캐릭터로 분장(코스튬 플레이)한 관람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박재동 운영위원장은 “별도 행사를 준비하지도 않았는데 3~4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캐릭터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늘더니 지난해에는 2000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작가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를 담은 웹툰이 늘고 있어서다. 특히 유료 웹툰 사이트에서 연재 중인 성인물은 표현의 수위나 소재의 선정성이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1990년대 종이 만화처럼 ‘유해 매체’ 논란이 불거질 경우 규제가 강화되고 시장 전체가 침체기에 빠질 우려도 있다.

오재록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성인물은 하나의 장르로, 이에 대한 논란은 모든 예술 분야에 존재한다”면서도 “웹툰은 유해한 콘텐트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작가와 업계가 자정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작가와 독자가 대립하는 일도 있다. 일부 웹툰 작가가 남성을 혐오하는 집단을 지칭하는 신조어인 ‘메갈리아’를 지지한 게 화근이 됐다. 이에 대해 오 원장은 “작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진단했다.
 
[S BOX] 박재동 축제위원장 “한국을 세계 만화의 고향으로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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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동

2008년부터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이끌고 있는 박재동 축제운영위원장은 “웹툰을 앞세워 한국을 세계 만화의 고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웹툰은 만화의 한 장르로 가능성을 인정받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한국 만화의 주류”라며 “일본·프랑스·미국이 만화의 강국으로 알려졌지만 웹툰 분야에서는 한국이 최초이자 최고”라고 강조했다.

이번 만화 축제는 주제를 ‘2030 만화의 미래’로 잡았다. 10년 뒤 만화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를 미리 고민해 더 많은 결실을 거두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기존 웹툰에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요소를 결합하고,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콘텐트로서 가능성을 살피는 전시를 마련했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올해 축제에서 주목할 점으로 본 행사 안에 별도로 마련한 ‘어린이 만화 축제’를 꼽았다. 그는 “그간 행사를 찾는 어린이 관람객이 많았는데, 의외로 어린이를 위한 콘텐트가 적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축제에 글로벌 요소를 강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행사가 적은 예산으로도 내실 있게 성장하면서 국내 최대 ‘만화축제’의 면모는 잘 갖췄지만 ‘국제’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올해부터 온라인 만화축제 사이트를 신설해 전 세계 만화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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