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모생활 클린턴 어머니 vs 3400억원 거부 트럼프 아버지

중앙일보 2016.07.28 02:19 종합 4면 지면보기
식모 생활을 했던 어머니와 3400억원대 거부였던 아버지. 백악관·행정부·의회 3관왕과 공직 경험이 없는 부동산 재벌. 미국이 이끄는 지구촌과 미국 우선의 세상. 26일 오후 6시56분(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순간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상극의 대결이 공식 시작됐다. 누가 되는가에 따라 미국의 미래와 국제 질서의 길, 한·미 관계까지 모두 좌우되는 극과 극의 대선전이다.
기사 이미지
클린턴과 트럼프는 가정 환경부터 경력, 지지층과 향후 청사진까지 정반대다. 13개월 전 클린턴은 뉴욕 대선 출정식에서 “어머니는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14세 나이에 식모살이를 했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아버지 휴 로뎀은 작은 섬유업체를 운영했다. 불우했던 어머니와 완고했던 아버지를 둔 평범한 가정 출신의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는 3400억원대 재산을 일군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트럼프는 “내가 사업을 시작할 때 아버지가 100만 달러(11억원)를 빌려줬는데 이건 작은 돈”이라고 밝혔다. 반면 클린턴의 어머니가 식모 시절 받은 주급은 3달러(3300원)였다.

어머니가 롤 모델인 클린턴
모친, 14세에 주급 3달러 받고 식모
“모두가 챔피언 돼야 한다고 가르쳐”
아버지에게 배운 트럼프
부친이 11억원 빌려줘 사업 시작
“1페니의 소중함 알게 해줬다”

클린턴의 롤 모델은 어머니다. 클린턴은 출정식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어머니가 딸의 성취를 독려했던 기억을 소개하며 “어머니는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모두가 챔피언이 돼야 한다고 내게 가르쳤다”고 외쳤다. 하지만 아버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버지는 딸이 초등학교 시절 수학에서 A를 맞은 성적표를 가져오자 ‘학교 수준이 별로인 모양’이라고 비아냥거렸고 민주당을 공산당의 아류로 여겼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는 저서에서 아버지의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1페니도 중요하다는 걸 아버지에게 배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결코 아버지가 무섭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가장(家長) 리더십의 심리적 배경이다. 가장 리더십은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드러났다. 부인 멜라니아는 “책임지는 남편”을 내세웠고, 맏아들 트럼프 주니어는 “아버지 사랑해요”라며 사랑받는 가장을 보여주려 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모두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그러나 내실에선 차이가 난다. 클린턴은 웰즐리여대 행정대 학생회장을 지낸 뒤 예일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한 준비된 정치 재목이었다. 반면 트럼프는 아버지가 강제로 보낸 뉴욕군사학교를 거친 뒤 뉴욕 포덤대학을 2년 다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 편입했다. 트럼프는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는 걸 자랑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1968년 와튼스쿨 졸업식 때 트럼프는 어떤 상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전략과 향후 정책에서 정반대다. 클린턴은 민주당 경선 때부터 “취임 당일부터 일할 수 있는 대통령”을 외쳤다. 백악관(퍼스트레이디)·의회(상원의원)·행정부(국무장관)를 모두 거친 워싱턴 정치의 대표 격이기에 가능한 구호다. 반면 공직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는 지난해 6월 출마 선언 직전까지만 해도 카지노 호텔업자이자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괴짜 거부로 더 유명했다. 그런 트럼프는 출마 후 “조작된 시스템을 고치기 위해 조작에 나선 이들에게 일을 맡길 순 없다”고 반복했다. 워싱턴 정치와 차별화하는 아웃사이더 전략이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지지층에 기대 백악관 도전에 나선다. 지난 25일 공개된 CNN·ORC의 조사에 따르면 비(非)백인 유권자들에선 클린턴(66%)이 트럼프(21%)를 능가한다. 하지만 백인 유권자들에선 트럼프(56%)가 클린턴(34%)을 앞선다. 두 사람이 그리는 미국과 지구촌 역시 정반대다. 미국 주도의 전통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클린턴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과 일본·한국 및 중동 우방들에 관계 지속을 천명했다. “동맹은 우리에게 매일 보답하고 있다”로 요약된다.

그러나 트럼프는 나토 동맹국이 공격을 받아도 미국이 자동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우방엔 시리아 난민을 수용할 캠프 건설비를 대라고 요구했다. 한국·일본엔 통상 압박을 예고했다. 미국은 대외주의 대 고립주의, 워싱턴 정치 대 아웃사이더 정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필라델피아=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