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막에 난로 판 상사맨 추억…기업선 “사업모델 너무 변해”

중앙일보 2016.07.27 02:06 종합 6면 지면보기
“업종 이름 뒤에 ‘맨’이라는 단어가 붙는 건 상사맨과 증권맨밖에 없다.”

과거 고성장시대 이끈 종합상사
최근엔 기업들 직접 수출입 업무
인센티브 정책 통할지도 미지수
“중소기업 수출 별로 늘지 않을 것”

 웹툰 ‘미생’을 원작으로 2014년 인기를 끌었던 같은 이름의 드라마 속 대사로, 종합상사 직원들의 자부심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975년 종합상사가 처음 지정된 이래 상사맨들은 ‘사막에서 난로를 팔고 아프리카에서 스키를 파는’ 뚝심으로 한국 무역의 주축이 됐다. 수출에 적극적이었던 정부는 세제혜택 등 각종 지원을 제시하며 상사맨을 독려했다.

㈜대우(현 포스코대우), 럭키금성상사(현 LG상사), 삼성물산, ㈜선경(현 SK네트웍스 상사부문), ㈜쌍용(현 GS글로벌), 현대종합상사, 효성물산(현 ㈜효성) 등 이른바 7대 종합상사는 10% 고성장 시대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부가 26일 수출 감소를 저지할 대책으로 ‘무역상사 제도 개편’ 카드를 꺼낸 것도 상사맨 시대의 추억 때문이다. 이날 ‘민관합동수출투자 대책회의’에서 발표된 무역상사 관련 대책엔 2014년 마련한 ‘전문무역상사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책은 한국무역협회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안해 이날 발표됐다. 산업부는 이 제안을 토대로 제도 개편에 착수할 예정이다.

2014년 생긴 전문무역상사 제도는 직접 수출이 어려운 업체를 돕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실질적 지원이 없어 활용도가 낮았다. 전문무역상사의 중소기업 수출대행 실적은 지난해 9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선수 중 선수인 종합상사가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을 돕도록 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골자다. 2009년 종합상사 지정제를 폐지하며 정책 지원 대상에서 배제해 온 종합상사를 다시 편입시킨 셈이다.

앞으로 금융·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 예산을 활용해 수출 역량이 있는 종합상사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무역상사가 수출을 위해 중소기업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제도 개편으로 종합상사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종합상사는 90년대 들어 무역 환경 변화로 급격히 쇠퇴했다. 예전에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수출입 업무를 대신했다면 지금은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같은 업무를 하는 식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포스코대우 관계자는 “무역상사와 중소·중견기업이 함께 해외시장을 확보한다면 국가 차원의 수출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 증대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종합상사의 형성을 연구해 온 신장철 숭실대 일어일문과 교수는 “정부 지정의 종합상사 제도를 없앤 이유는 민간 무역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과거와 달리 무역을 제3의 상사 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게 더 실속이 있는 것은 물론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여지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또 “과거처럼 정부가 일부 기업에 혜택을 주면서 상사를 육성하겠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종합상사 ‘마이너스 수출’ 구원 등판

실제로 한국 종합상사의 모델이 된 일본의 5대 종합상사도 지금 고전 중이다. 일본 미쓰이(三井)물산의 경우 2015 회계연도에 창업 7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843억 엔)를 냈다. 무역·수출입·투자 등으로 시대에 따라 변신해 온 일본 종합상사는 에너지·자원 투자로 2000년대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최근 엔 위기를 맞아 체질 개선에 고심 중이다.

주요 종합상사의 반응도 미지근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미 과거의 종합상사 역할을 하기엔 우리 사업 모델이 너무 많이 변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인지, 어떤 지원책이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 전망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영선·문희철·박성민 기자 azul@joongang.co.kr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