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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세금 많이 걷히는 게 반갑지만 않은 이유

중앙일보 2016.07.25 00:28 종합 30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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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추경은 예산을 집행하다가 꼭 필요한 경비가 생기면 추가로 푸는 나랏돈이다. 이번 추경은 정부가 2003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빚을 내지 않고 마련한다. 그동안 정부는 추경 재원을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했다. 빚을 내지 않고도 추경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건 예상보다 훨씬 많이 걷히는 세수 덕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 재원을 올해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되는 세금 9조8000억원과 지난해 쓰고 남은 세금 1조2000억원을 활용해 조달하기로 했다.

최근 세수는 기업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비견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5월까지 거둬들인 국세 수입이 112조7000억원으로 벌써 올해 목표치의 절반(세수진도율 50.6%)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무려 19조원이 더 걷혔다. 2012년부터 3년간 세수 결손의 늪에 빠졌을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이다. 2012년엔 2조8000억원, 2013년엔 8조5000억원, 2014년엔 10조9000억원이나 세금이 덜 걷혔다. 당시엔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며 ‘재정절벽’(정부의 재정 지출이 크게 줄어 경기가 절벽에서 떨어지듯 급강하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때와 달리 요즘엔 나라 곳간이 가득 채워지고 있는데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경기침체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해 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5년간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은 때는 2014년뿐이었다. 세계 경제 위기 여파로 2012년 2.3%를 기록한 뒤 2014년 3.3%까지 올랐으나 지난해에는 2.6%로 떨어졌다. 올해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등의 여파로 2% 중반을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올해에만 세 번이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3.2%→2.6%)했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금융회사는 이보다 낮은 2.4~2.5%대로 내다본다. 하지만 올해 세수가 목표치(223조원)보다 10조원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국세는 지난해(218조원)보다 6.9%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이 오르면 세수가 늘고 떨어지면 세수가 줄어든다. 그럼에도 올해는 세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종합소득세 신고 증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 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정비,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으로 인한 소비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민간 부문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보다 빠져나가는 세금이 는다는 건 정부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 침체기엔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민간 부문의 소비·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게 더 중요하다. 세 부담이 커지며 가뜩이나 사그라지고 있는 소비·투자 의욕이 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창규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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