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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11조 포함 28조 풀지만…국채상환 등 빼면 쓸 돈 6조

중앙일보 2016.07.23 02:04 종합 2면 지면보기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2년 연속이자 박근혜 정부 들어선 세 번째 추경 편성이다. 나랏돈을 추가로 풀기로 한 직접적 계기는 조선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남·전남 등 조선업 밀집지역의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구조조정의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추경의) 시기를 놓치면 성장과 고용이 동시에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박 61척 발주 등 구조조정 지원
일자리 6만8000개 기대하지만
상당수가 한시 공공근로 성격
재계 “경기 불쏘시개 역할 어려워”

늘어난 재정은 조선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데 우선 투입된다. 구조조정의 ‘집도의’격인 국책은행(산업·수출입은행)의 자본을 늘리는 데 1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조선업체의 일감을 늘려주기 위해 해경 함정 등 공공선박 61척을 발주한다. 4만~5만 명으로 예상되는 조선업 실직자를 위한 ▶전직 지원 ▶직업훈련 ▶한시 일자리 사업에도 2000억원이 쓰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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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은 “이번 추경으로 6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1~0.2%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정 투입과 함께 ▶기금 집행 규모 확대(3조3000억원)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투자 확대(1조3000억원) ▶정책 보험·보증 확대(12조4000억원) 등을 합하면 전체 재정보강 규모는 28조원에 달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추경이 예년과 다른 건 여소야대 국회라는 ‘허들’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정부도 최대한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방어형 추경’을 짰다. 우선 예년과 달리 나라 빚이 늘지 않는다. 11조원의 추경 규모는 올해 예상보다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되는 9조8000억원과 지난해 쓰고 남은 세금(세계잉여금) 1조2000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여기에 1조2000억원은 국채를 갚는 데 쓴다.

결과적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9.3%로 지난 연말 예상치(40.1%)보다 낮아진다. ‘경제 실정으로 나라 빚을 늘렸다’는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설계다. ‘지역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눈치를 보다 보니 추경의 성격이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채 상환, 국책은행 자본확충, 지방교부금을 제외하면 중앙정부가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돈은 6조1000억원에 그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충격을 흡수하는 정도일 뿐 경기를 되살릴 ‘불쏘시개’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급하게 편성된 탓에 ‘알맹이’가 충실치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 6만8000개 일자리 중 상당수는 한시 공공근로 성격이다.

추경안은 오는 26일 국회에 제출된다. 다음달 중순 통과가 정부의 목표지만 누리예산 편성 등을 주장해온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전망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추경 내용을 보면 별다른 의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경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조민근·조현숙·하남현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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