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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검증 없이 독성 필터 발표…이틀 만에 “제품 정정”

중앙일보 2016.07.23 01:41 종합 6면 지면보기
유독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함유된 항균필터가 국내에서 공기청정기 51개, 가정용 에어컨 33개 모델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제품에 들어간 문제의 필터는 모두 한국쓰리엠(3M) 제품이다.

‘OIT 필터’ 3M 측이 낸 자료 의존
코웨이 제품 포함시켰다가 수정
공기청정기 51개, 에어컨 33개 해당
소비자 “더워도 선풍기로 버티겠다”

환경부는 ‘OIT 필터’가 들어간 공기청정기·에어컨 기기 모델명을 22일 공개했다. 이에 앞서 OIT가 함유된 항균필터 모델명을 공개한 지 이틀 만이다. 유독물질이 들어간 항균필터가 공기청정기·에어컨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 것으로 드러나자 이번엔 제품 모델명을 추가로 발표한 것이다. OIT는 피부 또는 눈 손상 등을 일으켜 환경부에 의해 유독물질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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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공기청정기 51개 제품 중에선 쿠쿠전자 제품이 21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LG전자 15개, 삼성전자 8개, 위니아 4개, 프레코 2개, 청호나이스 1개 등이었다. 다만 환경부의 이틀 전 발표와 달리 코웨이 국내 제품에선 OIT 필터가 쓰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3M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판매사에 일일이 교차 확인을 하지 못해 발생한 오류”라고 해명했다. 차량용 에어컨의 경우 2014년식 카니발, 2015년식 쏘렌토 등 현대·기아차에 부착된 현대모비스의 제품이다. 마스터케미칼 등 자동차 부품 대리점 5곳도 이들 필터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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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3M과 공기청정기·에어컨 판매사에 해당 필터의 회수 조치를 권고했다. 가습기 살균제에 이어 공기청정기·에어컨 항균필터에서도 위해성이 제기되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쿠쿠 등 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인터넷 시민모임 ‘소비자연합회’에선 100여 명이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혔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에어컨을 아예 쓰지 않겠다는 소비자도 생겨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둔 이형규(39)씨는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모두 유해성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나 사용할 생각”이라며 “힘들더라도 천연방향제를 쓰고 선풍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불안감은 오프라인에서 선풍기 구매로 이어졌다.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소재 한 대형전자제품 판매점을 방문한 김은지(45)씨는 “예전에 옥시에서 나온 가습기 살균제를 샀다가 꺼림칙해서 버렸던 기억이 있다”며 “에어컨도 왠지 찜찜해 선풍기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7개월 된 아이를 안고 선풍기를 구경하던 김모(33)씨도 “공기청정기를 사려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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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와 에어컨 판매업체 중 상당수는 항균필터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부터 필터 교체에 나서는 등 소비자 불안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업체들은 “문제의 제품은 단종된 상태”라고 안내하며 신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번질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3~2009년 생산된 공기청정기 다섯 모델과 에어컨 여섯 모델에 해당 필터가 사용됐다며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무상 교체를 약속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모두 단종된 상태다.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www.samsungsvc.co.kr)에서 제품 모델을 확인하고 대표전화(1588-3366)로 전화해 교체를 신청하면 된다.

LG전자는 지난 6월 말부터 OIT 필터가 포함된 공기청정기와 가정용 에어컨에서 필터를 무상 교체해 주고 있다. 이 회사 공기청정기 17개, 에어컨 25개에서 문제의 필터가 사용됐다. LG전자서비스 홈페이지(www.lgservice.co.kr)에서 모델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논란에 휩싸인 3M 필터를 사용한 공기청정기 판매사들은 지난 6월 중순부터 필터를 무상으로 교체해 주고 있다. 공기청정기를 렌털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필터 교체를 받을 수 있다.

쿠쿠전자·청호나이스 역시 공기청정기 필터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쿠쿠전자 콜센터(1588-8899), 청호나이스 고객센터(1588-2290)로 신청하면 된다.

제조·판매사 역시 환경부 발표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환경부의 당초 발표로 인해 유독물질이 들어간 필터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가 이번에 오명을 벗은 코웨이 관계자는 “불안한 고객들의 문의가 평소보다 약 세 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환경부 발표도, 3M 발표도 항균필터에 즉각적 위해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고객들은 판매사에 불만을 제기하기 때문에 결국 고객 접점에 있는 판매사들만 이미지와 금전적 손해를 모두 떠안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성시윤·윤재영·성화선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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