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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정담] 586 운동권, 노련해졌네요

중앙일보 2016.07.23 01:39 종합 8면 지면보기
“최소가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네….”

사드 강경론 거리 둔 우상호
“수권정당 염두, 모호성 유지”
문재인 반대 부추긴 박지원엔
“우리 당 변한 걸 모르시네”

밀당 고수 예결위장 김현미
자리 뜨는 장관들에게 경고
넥타이 매고 땀 뻘뻘 흘리자
“편한 복장으로 나오세요”

지난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식당. 독일 연수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강기정(52) 전 의원의 환송회에 더민주 의원 10여 명이 모였다. 만찬장에 들어서던 박완주(50)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자 면면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만찬에는 전남대 학생운동권(삼민투위원장) 출신인 강 전 의원처럼 1960년대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나왔다. 우상호(54) 원내대표와 김현미(54)·유은혜(54)·송영길(53)·윤호중(53) 의원 등이다. 20대 국회 이전엔 패기를 앞세우며 강경론자들로 꼽혔던 86세대. 하지만 지금은 당과 국회의 주요 직을 맡으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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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강경론 거리 둔 우상호

◆박지원과 우상호의 사드 수싸움=86세대로 처음 원내대표에 뽑힌 우 원내대표는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과 관련한 대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드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런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는 사드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답변을 안 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문 전 대표가 한마디하면 더민주에 내분이 생길 것”이라는 ‘예언’도 했다.

더민주는 사드의 효용성 등은 비판하되 사드 배치 자체를 당론으로 반대하지는 않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사드를 반대하면 강경론자들이 고개를 들 것이란 판단이었다.

박 원내대표의 압박 이후인 13일 문 전 대표의 사드 반대(재검토) 입장이 나왔다. 하지만 더민주가 시끄러울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우 원내대표는 사드 대책위를 만들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개인적으론 사드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위원회 내에선 강경론을 허용하면서도 ‘전략적 모호성’이란 기조를 유지해 갔다.

최근 박 비대위원장의 ‘더민주 내분 예상’ 발언을 기자들에게 전해 들은 우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박 선배가 우리 당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시는 거야. 아직도 친노당인 줄 아시는 거지, 하하.”

그러면서 우 원내대표는 “우리가 반대 당론을 정하지 않기로 한 건 정무적 판단”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한쪽으로 결론을 내려다 보니 싸움이 벌어지는 건데, 지금 반대 당론을 정하면 진보·보수라는 진영 논리에 갇혀 수권정당이 되는 데 차질이 생긴다. 내년에 대선후보가 사드에 대한 입장을 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둘 필요도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혔다.

그는 이런 전략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게도 알리고 공유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문제 등에서 중심을 잡는 걸 보면 우 원내대표가 내년 봄 대선후보군에 못 들어오리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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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 고수 예결위장 김현미

◆여성예결위원장 김현미의 ‘밀당’=김현미 의원은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다. 그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예결위 주변에선 화제다.

지난 12일 예결위 전체회의. 김현미 위원장이 국무위원석을 향해 “정확한 사유도 제출하지 않고 장관들이 예결위를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반드시 간사와 위원장의 허락을 받아달라”고 일침을 놨다. “저는 그런 점을 굉장히 중시한다”는 말도 보탰다.

장관들에게 예결위원장의 ‘서슬’은 효과가 있었다. 이후 3일간 출장 일정을 잡았던 모 부처 장관은 이틀로 일정을 줄이고 예결위 회의에 참석했다고 예결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회의가 끝날 무렵엔 이런 말을 했다. “여름철인데 종일 넥타이를 매고 질의에 답하느라 고생하셨다. 국회의원들은 넥타이를 매지 않고 편한 복장이다. 내일부터는 (국무위원들도) 좀 편한 복장으로 오시라.”

다음 날부터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들은 일제히 노타이 차림으로 예결위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예결위 전체회의가 끝나는 오후 10시쯤엔 그때까지 남아 있는 의원들의 이름을 직접 호명해 속기록에 남겼다. 김 의원은 “86세대 의원들이 어떻게 하다 보니 중심이 되는 나이가 됐다”며 “이제 뒤에 숨을 데도 없고, 우리가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와 김 위원장 외의 ‘강기정 환송회’ 참석 멤버들도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송영길 의원은 당 대표에, 유은혜·윤호중 의원은 각각 여성위원장과 경기도당위원장에 도전한다. 여성위원장이나 경기도당위원장이 되면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 할 수도 있다.

김성탁·이지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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