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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특위에 장관 대신 1급 보내겠다?…저출산에 무심한 기재부

중앙일보 2016.07.23 01:33 종합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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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22일 국회에서 열렸다. 나경원 위원장(오른쪽)이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과 귀엣말을 하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22일 열린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는 정부가 이 문제를 왜 풀지 못하고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줬다. 정부가 지난 10년 동안 150조원이란 거액을 쏟아부어 놓고도 말이다.

행자·기재·고용부, 차관이 참석
10년간 예산 150조 투입했는데…
의원들 “정부 절박한 자세 부족”

20대 국회에서 두 번째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시작부터 관련 부처 장관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참석 대상인 행정자치부·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에선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특위가 열리는 시각에 홍윤식 행자부,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인천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개소식에 참석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도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

전날 열린 첫 회의에는 복지부·교육부·여성가족부·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 장관이 모두 참석했지만 그건 딱 하루뿐이었던 셈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추가경정예산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의원들이 당연히 문제를 제기했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대한민국 존립 기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다 말했는데 언행 불일치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장관들이 한꺼번에 빠진 것에서부터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절박한 자세가 부족한 것이 느껴진다.”

홍윤식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특위장에 나타났으나 다른 일정을 이유로 다시 자리를 떴다. 이날 회의에서 기재부는 납득할 수 없는 말을 특위에 전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경원 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며 “처음 기재부에서 1급이 특위에 참석하겠다는 얘기를 전해 왔다”며 “과연 저출산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기재부는 “저출산 주무부처가 아닌 데다 예결위 등 챙겨야 할 것이 많으니 이번 보고에서는 차관이 참석하고 앞으로는 1급 실장이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저출산 문제는 자신들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고 인정한 셈이다. 전날 특위 회의에서 정진엽 장관은 “예산의 도움이 없으면 현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열린 회의에서도 저출산·고령화 해결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김학용 의원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006년부터 모두 21차례 회의를 했는데 14명의 정부위원이 전부 참석한 회의는 세 차례밖에 없다”며 “그것도 세 번은 대통령이 참석했을 때뿐”이라고 말했다. 현재도 구성돼 있는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1년에 두세 차례밖에 회의를 열지 않는 데다 장관들이 관심도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책 예산으로 쏟아부은 150조원도 마찬가지였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학교·예술강사 파견 지원 사업 3139억원, 템플스테이 등 여가문화 지원 사업 1278억원을 행자부는 폐쇄회로TV(CCTV) 설치 사업 1134억원 등을 각각 저출산 대책 예산에 포함시킨 후 실적으로 올렸다. 심지어 행자부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워크센터를 만드는 예산(24억원)도 저출산 예산으로 올려놨다. 장 의원은 “가슴이 아프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마인드”라고 말했다.

국회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며 특위를 신설해 예산이나 입법 등을 최대한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준비가 안 돼 보였다. 정부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 돌아봐야 한다.

글=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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