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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속으로] 수백만원 전기자전거 30만원대로 ‘뚝’…100원 안팎 전기료로 100㎞까지 씽씽

중앙일보 2016.07.23 00:39 종합 17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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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출족인 박종복씨가 전기자전거로 테헤란로를 달리고 있다. 박씨는 “편하면서 가볍게 운동도 되고, 통근 시간도 빨라졌다”고 말한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빌딩 중개업을 하는 박종복(45)씨는 ‘전자출족(전기자전거로 통근하는 직장인)’이다. 석 달 전부터 서울 잠실의 집에서 역삼동 사무실까지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이전에는 자가용이나 지하철을 이용했다. 하지만 교통체증이 심한 데다 지하철을 탈 때는 걷는 거리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요즘 같이 더울 때는 아침마다 사무실 앞 언덕길을 걸어 오르는 게 정말 지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발견한 게 전기자전거였다. “전기자전거를 타고부턴 편하면서 가볍게 운동이 되고 통근 시간도 빨라졌어요.” 여름에 타도 땀이 잘 안 나고 가파른 언덕길도 쉽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지선 페달, 언덕 오를 땐 모터 활용
“운동 되고 통근 시간도 빨라 좋아”
차로 20분 거리 5㎞ 구간 25분 걸려
“빵!빵! 자동차가 위협할 땐 아찔”
최대시속 25㎞, 자전거도로 못 달려
원동기 면허 필요…개정안 입법 예고

전기자전거가 직장인들의 새로운 통근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자전거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기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11.7%로 1년 전(2.7%)보다 네 배 늘었다. 전자출족 증가에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던 전기자전거 가격의 인하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100만원 미만의 전기자전거로 공략하고 있다. 중국 전자제품 업체 샤오미는 지난해 전기자전기 ‘운마C1’을 1999위안(약 36만원)에 출시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접이식 전기자전거 ‘치사이클(QiCycle)’도 내놓을 예정이다. 가격은 2999위안(53만원). 국내 업체들도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 등 디자인과 성능을 무기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집에서 한 번 충전하면 100원 안팎의 전기료로 최대 100㎞까지 이동할 수 있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란 것도 장점이다. 신희철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선 일반 자전거 판매량이 줄어드는 대신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다”며 “도심에서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생활형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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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전기자전거로 출근해 봤다. 서울 중구 약수동에서 순화동 중앙일보사까지 25분 걸렸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실제 출근길을 달려봤다. 서울 중구 약수동에서 순화동의 중앙일보사까지 약 5㎞ 거리였다. 전기자전거는 오토바이처럼 핸들을 돌리거나 단추를 눌러 모터를 구동하는 스로틀(Throttle) 방식과 발로 페달을 돌려주는 페달 어시스트 방식(PAS)이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은 대부분 두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전력 소비가 가장 적은 에코 모드(Eco Mode)로 설정하고 집을 나섰다. 가볍게 페달을 밟았는데도 금세 속도가 붙었다. 30도 가까운 무더운 날씨였지만 바람 때문인지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르막길에 접어들자 속도가 줄기 시작했다. 전력 소비를 최대치로 바꿨더니 마치 누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처럼 앞으로 쭉쭉 나갔다.

속도를 더 내고 싶었지만 계기판은 시속 25㎞에서 더 올라가지 않았다. 전기자전거는 규정상 시속 25㎞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차와 오토바이가 자전거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갔다. “빵! 빵!” 뒤에서 울리는 경적 소리에 몸이 굳었다. 도로 옆으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현행법상 전기자전거는 원동기(오토바이)로 분류돼 자전거도로 이용은 불법이다.

회사 도착까지 25분이 걸렸다. 보통 자가용을 이용하면 20분, 지하철은 40분가량 걸린다. 이마에 땀방울이 약간 맺히긴 했지만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이상오 만도풋루스 마케팅팀 과장은 “출근길에는 전기의 힘을 최대한 사용해 쾌적하게 가고 퇴근길에는 반대로 전기 출력을 낮추고 페달 힘을 이용하면 운동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자전거가 대중화되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여럿이다. 우선 전기자전거를 타려면 자동차 면허 또는 원동기 면허가 있어야만 한다. 이 때문에 면허를 딸 수 없는 만 16세 미만은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없어 사고 위험도 적지 않다. 전자출족인 김모씨는 “자동차·오토바이와 뒤섞여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빨리 안 간다고 뒤에서 위협을 당하거나, 갓길에 주차된 차를 피하려다 넘어진 적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3월 전기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페달 어시스트 방식의 전기자전거는 면허가 필요 없고 자전거도로도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일반 자전거 이용자들은 반발한다. 한만정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장은 “지금도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와 전기자전거, 전동 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용 이동 수단)가 뒤섞여 사고가 많다”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전에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 BOX] 중국, 전기자전거 4억 명 이용…스페인은 30만원 지원

최근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을 이끄는 건 중국이다. 2013년 중국에서 3600만 대가 팔렸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전기자전거를 정책적으로 권장해 왔다. 소음과 대기오염을 줄이고 교통체증도 해소한다는 목적에서다. 상하이에선 내연기관을 가진 오토바이나 스쿠터 보급을 억제하기 위해 신규 번호판 발급을 허가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오토바이 대신 전기자전거를 구입하는 중국인들이 점점 늘면서 전기자전거가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2014년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자전거 이용 인구는 4억 명에 달한다.

중국의 전기자전거는 페달 어시스트 방식보다는 대부분 스로틀 방식을 사용한다. 디자인도 자전거보다는 전기스쿠터에 가깝다. 한국에서 전기자전거를 타려면 원동기 면허가 필요하지만 중국에선 시속 20㎞, 무게 40㎏ 이하의 전기자전거엔 면허증이 필요없다.

전기자전거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보조금을 주는 나라도 있다. 스페인은 전기자전거를 구입하면 대당 200유로(약 30만원)를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프랑스 파리도 구매 가격의 25%를 지원해준다. 파리는 오토바이의 1%가 전기자전거로 대체되면 이산화탄소(CO2) 분출량이 하루에 2t씩 감소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한다.

글=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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