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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트럼프가 미국 대선 후보로 뜬 건 백인 보수세력이 보내는 ‘SOS’

중앙일보 2016.07.23 00:31 종합 1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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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안병진 지음, 메디치
272쪽, 1만6000원

의학 발달로 인간 수명이 크게 늘고 있는 마당에 유독 미국의 백인 중년층(45~54세) 사망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미 대선 후보 경선이 치열하던 올 봄 미국을 방문했던 저자는 컨퍼런스에서 제시된 지표를 보고 미국이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있음을 감지한다. 특히 그 백인남성 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지지층과 겹친다는 데서 그랬다. 건국 이후 미국사회를 주도해온 백인 보수세력이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솔직한 민낯’인 트럼프를 통해 “분노를 넘은 필사적인 SOS를 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버니 샌더스 후보는 1980년 이후 태어난 새천년 세대가 양극화로 치닫는 현실자본주의의 한계를 딛고 새로운 미래로의 탈출을 추구하는 길목에서 만난 희망이다. 하지만 샌더스는 ‘1퍼센트 대 99퍼센트’라는 계급이슈에만 매달렸다. 흑인과 히스패닉들에게 그보다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더 기울인 승리 가능한 대안이었다.

오늘날 오바마 대통령이나 힐러리 등 진보적 리버럴과 구글 같은 혁신 기업가들은 새천년 세대와 흑인·히스패닉 등을 끌어들여 다인종연합을 이루고 기술적 유토피아를 구현하고자 한다. 기존 미국의 주인이었던 백인 근대 세력들은 필사적으로 위대한 비전을 갖춘 리더를 찾고 있다. 이들 두 세력의 대립은 현재적 경제주의 대 미래적 생태주의, 개인주의 대 공유와 협력, 전통 가족주의 대 다양한 관계 공존 등 전방위적 차원에 걸쳐있다.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이자 부총장인 저자는 새로운 대안적 문명의 손을 들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진취적인 새천년 세대와 역동적인 이민자 그룹, 성숙한 지식인 사회가 연합해 미국을 새로운 문명을 주도하는 국가로 거듭나게 할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보수세력 역시 지난 총선 결과가 웅변하듯 대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새천년 세대나 혁신 기업가, 지식인들의 힘이 미약해 미국보다 위험한 경착륙이 예상된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이훈범 논설위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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