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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평정은 어디서 나오나?…“얻어 맞으면서요”

중앙일보 2016.07.23 00:21 종합 19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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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동화(百年童話)
차오젠웨이(曹建偉) 지음
창장출판전매

중국에서는 요즘 ‘백 년’이 인기다. 시진핑 주석은 ‘두 개의 백 년’을 말한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중산층 사회를,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강대국을 건설하겠다는 약속이다.

소설 『백년동화』는 1864년 ‘태평천국의 난’이 진압된 뒤 시작한다. 천년고도 베이징에서 펼쳐지는 묵직한 역사가 배경이다. 의화단의 난과 7국 연합군의 학살, 신해혁명, 장제스(蔣介石)의 북벌과 일본 침략, 내전과 문화대혁명, 올림픽까지 베이징 후퉁(胡同·골목)으로 역사가 지나간다. 주인공 자오톄성(趙鐵生)이 샤오춘(小春)·녠춘(念春)·유춘(佑春)·밍춘(明春)까지 네 세대 여인을 돌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으로 고난을 이겨낸 베이징 토박이의 백 년 가족사다.

저자 차오젠웨이는 2005년 기업 비즈니스 소설 『회색상인(灰商)』으로 베스트작가 반열에 오른 경제 평론가 겸 작가다. 신작에서 베이징 주민을 내세워 중국의 속내를 파헤쳤다. 소설 초반 아버지 자오우(趙武)가 아들 톄성에게 묻는다. “철포삼이 뭔가?” “기(氣)입니다.” “어떻게 기를 닫나?” “참습니다.” “어떻게?” “마음으로요.” “마음은 어떻게 단련하나.” “평정.” “평정은 어디서 나오나.” “얻어 맞으면서요.” 역사에 줄곧 얻어 맞았던 중국을 비유한 장면이다. 목숨이 개미마냥 하찮던 베이징에서 살아남기 위해 톄성은 곤봉과 맑은 기운(正氣)으로 스스로 단련한다.

‘철포삼’ 톄성은 전형적인 중국의 호인(好人)이다. 무예를 팔아 가족과 친구를 지킨다. 평단은 중국인을 흐느끼게 만든 소설이라고 극찬했다. 저자는 “역사를 읽으면 지혜가 밝아지고 옛일을 알면 지금을 비춰볼 수 있다”며 집필 이유를 밝혔다. 한계도 있다. 홍위병은 나오지만 1989년 천안문 앞 대학생은 없다. 그래도 남중국해 분쟁과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인의 심리를 읽기에 도움이 되는 작품이다.
 
중국 베스트셀러 (7월 16일∼7월 22일. 당당망 집계)

① 연을 쫓는 아이(追風箏的人, 원제: The Kite Runner),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상하이인민출판=탈레반이 지배하는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

② 페리맨(擺渡人, 원제: The Ferryman), 클레어 맥폴 지음. 바이화저우 문예출판= 홀어머니와 살며 학교에서도 외톨이가 된 15세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③ 나미야잡화점의 기적(解優雜貨店, 원제: ナミヤ雜貨店の奇蹟),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지음, 난하이출판=일본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2012년작. 중국에서는 히가시노의 추리물들이 잇달아 번역돼 선풍적인 인기 다.

④ 우리 셋, 양장(楊絳) 지음, 싼롄서점=중국 현대 문학계의 대문호 첸중수(錢鐘書)의 아내인 저자가 딸과 남편을 차례로 떠나보낸 과정을 허구적으로 구성한 소설이자 가족과의 추억을 회상한 산문.

⑤ 섬마을 서점(島上書店, 원제: The Storied Life of A. J. Fikry), 가브리엘 제빈 지음, 장쑤펑황문예출판=부인을 사고로 잃고 섬마을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남성이 2살짜리 고아를 키우면서 인생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다는 내용의 소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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