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우려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비해야

중앙일보 2016.07.23 00:01 종합 26면 지면보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21일 수락 연설을 통해 천명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많은 우려를 낳는다. 이 정책의 핵심이 기존의 동맹이나 무역질서를 희생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트럼프가 부당 사례로 꼽은 것 중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포함돼 있다. 그는 민주당 경쟁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목하며 “그가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다”고 비난했다. 그뿐 아니라 트럼프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무역협정은 체결하지 않을 것이며 재협상을 할 것”이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같은 날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주한미군 주둔 덕분에 한국에서 평화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주장도 폈다. 한국 측 방위비 분담이 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그간의 무역보호주의와 ‘안보 무임승차론’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대선 출사표와 같은 수락 연설에서 또다시 강조됐다는 점에서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출마 선언을 할 때만 해도 미약했던 트럼프였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과 막상막하일 정도로 그의 인기는 높아졌다. 이 추세라면 당선 가능성은 갈수록 커질 게 분명하다.

물론 트럼프가 되더라도 기존의 무역협정을 깨고 해외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는 일을 쉽게 하긴 어렵다. 같은 당 인사들조차 반대할 게 뻔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주한미군에 대한 분담금 인상 압력이 거세질 것만은 분명하다.

주목해야 할 건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화로 피해를 본 저학력·저소득 백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와는 상관없이 계속될 거란 얘기다.

어쨌거나 당선 가능성이 큰데도 트럼프 진영에 대한 우리의 정보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국은 트럼프 참모들에 대한 정보 수집과 함께 네트워크 강화에 힘쓸 일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